다른 사람에게 기분 좋은 향기였으면 좋겠다

by 박은석


사무실 책장에 향수 한 병을 두고서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조금씩 사용하고 있었다.

향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 향수도 근 2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향수를 쓰는 날은 회식 후 고기 냄새를 감추고 싶을 때나 피곤한 모습을 향기로라도 가리고 싶을 때 정도이다.

아니면 갑자기 생뚱맞게 기분이 좋을 때이다.

그러다 보니 향수가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에 뭔가를 꺼내려고 하다가 그만 향수병을 건드리는 바람에 그게 바닥에 떨어져서 깨져버렸다.

‘아 이게 얼마인데...’ 순식간에 병에 있던 향수는 사무실 바닥으로 스며들고 말았다.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깨진 병 조각들을 일일이 줍고 걸레로 바닥을 닦아냈다.

깨끗하게 정리가 되었다.

조금 전에 병을 깼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유리 조각도 치우고 얼룩도 지웠지만 향기는 닦을 수도 지을 수도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이게 무슨 향기냐고 물어보았다.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나는 쏟은 향수가 아까운데 사람들은 퍼진 향기에 너무나 좋아했다.

졸지에 사무실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향기 하나 선물하는 날이 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향기가 있다.

독일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향수>라는 책에서 냄새 하나로 사람을 분별해내는 인물을 등장시켰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다는 독특한 생각을 한 것이다.

과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다.

짐승들의 경우 냄새만으로도 자기 앞에 누가 있는지 무슨 상황인지 분별한다고 하니까 사람도 가능할 것이다.

갓난아기를 보는 엄마는 아기의 똥 색깔과 냄새만으로도 아기가 아픈지 건강한지 구별하기도 한다.

평상시에 잘 안 써서 그렇지 우리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면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 나라만의 독특한 냄새가 난다.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 한국인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그 나라 사람들의 특이한 냄새가 난다.

내가 경험하기로는 백인들을 만나면 노리끼리한 냄새가 났던 것 같고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만나면 물컹한 습기를 머금은 냄새가 났던 것 같다.

외국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에게서 마늘 냄새나 김치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을 모르겠던데 외국인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한다.

마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인에게서 나는 마늘 냄새가 무척 반가울 것이고 마늘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인에게서 나는 마늘 냄새가 굉장히 당혹스러울 것이다.

마늘 냄새를 없애겠다며 긴 시간 목욕을 해도 그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

몸은 씻을 수 있어도 향기는 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입 한 번 벌리면 알 수 있다.




향수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향기가 그 주변을 화사하게 한다.

그 향기에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향기가 병을 치료해주기도 하고 입맛을 돋우어 주기도 한다.

물이 부족하고 위생관념이 약했던 때는 몸에서 나는 역한 냄새를 향수의 향기로 중화시켰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역한 냄새를 없애려고 향수를 발랐다.

대항해시대에는 음식에 뿌릴 향신료를 얻기 위해서 유럽의 여러 나라가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향기 전쟁이었다.

아마 향기 전쟁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사람 자체가 향기이고 향기를 떠나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사람마다 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난다고 하는데 기왕이면 나에게서 나는 향기가 다른 사람에게 기분 좋은 향기였으면 좋겠다.

몸의 향기도, 마음의 향기도, 입에서 나오는 말의 향기도, 삶의 향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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