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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인생은 끝날 때까지 계속 발전한다
by
박은석
Jun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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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때 집 옆에 있는 교회에 탁구대가 한 대 들어왔다.
교회 청년들이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덕분에 놀기 좋아하는 나도 탁구를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소꿉친구가 탁구선수였기에 그 친구 못지않게 탁구를 잘 치고 싶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교회에 가서 탁구를 쳤다.
당시 목사님 아들이 나와 동갑내기였는데 종종 그 친구를 불러내서 둘이 열심히 탁구를 쳤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사모님이 오셔서 은석이랑 놀지 말라며 그러면 성적 떨어진다고 야단을 치곤 했다.
끌려가는 친구를 보면서 내 성적이 자기보다 훨씬 좋은데 너무 한다고 생각했었다.
혼자 남은 나는 탁구대를 벽에 붙여서 벽치기 연습을 했다.
나중에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벽치기 탁구를 치는 장면을 보았을 때 포복절도하는 줄 알았다.
내가 고안한 연습방법인 줄 알았는데 이미 그런 연습방법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돌아보니 중학교 1, 2학년 때는 1년에 300일 정도 탁구를 쳤던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해도 미쳤었다.
사교육을 법으로 제한했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학원 수업도 개인과외수업도 엄격하게 금했던 시절이었다.
'몰래바이트'라는 말이 생겨났던 시절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내 마음껏 생각의 바다를 헤엄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공부는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되었다.
그 외의 시간에는 실컷 놀았다! 웬만큼 실력이 붙었다.
고등학생 선배들도 이겼고 대학생 선생님들과도 맞붙을 수 있었다.
자뭇 기분이 좋아진 나는 탁구선수인 소꿉친구에게 도전을 걸었다.
여자애니까 내 힘과 속도로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다.
사람들이 있을 때는 그 친구가 살살 쳤었다는 것을 단 둘이 시합했을 때 알게 되었다.
선수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서비스를 받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뭐든지 남들에게 지는 걸 받아들이기 싫어했던 나로서는 여자애한테 졌다는 게 너무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실력은 실력이었다.
그래서 내 마음을 좀 바꾸기로 했다.
선수들만큼의 실력은 안 되더라도 동네탁구나 교회탁구에서는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자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 혼자 방과 후에 두 시간이든 세 시간이든 맹훈련을 했다.
땀의 결과는 분명히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청소년 대표인 친구와 시합을 해서 절반 정도의 점수를 얻을 정도까지 되었다.
1세트에 21점 경기였는데 선수와 맞붙어서 10점을 넘겼다면 꽤 잘한 편이었다.
내 탁구 인생의 황금기는 거기까지였다.
그 후로는 대입 준비 때문에 탁구를 계속 칠 수가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1년에 몇 번 라켓 만져볼 기회가 있을까 말까 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길거리 탁구에 도전했다가 단 한 점도 얻지 못하고 참패를 당하는 일도 겪게 되었다.
5년 전에 우리 교회에 탁구 동호회가 생긴다기에 마음이 발동해서 몇 번 참석했다.
녹슬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몇 번 운동을 하다 보니까 실력이 올라왔다.
그런데 몇 달 쉬었더니 실력이 뚝 떨어졌다.
다시 운동하니 또 실력이 올라왔다.
당연한 일이다.
어떤 일이든지 꾸준히 하면 실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인 파블로 카잘스는 95세 때에도 하루에 6시간씩 연습을 했다.
왜 그러냐니까 요즘 실력이 조금 좋아지는 걸 느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상파 화가인 르느와르도 78세로 숨을 거두기 며칠 전에 자기 그림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손에서 첼로를 놓을 때가 카잘스의 마지막 날이었고, 손에서 붓을 놓을 때가 르느와르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에서의 완성은 없는 것 같다.
인생은 계속 발전하다가 한순간 끝을 맺는다.
끝을 맺기 전까지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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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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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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