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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11. 2022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기

 

어려서부터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들은 온몸이 묶여 있어서 고개도 돌릴 수 없다.

그들의 뒤에 횃불이 있는데 그 횃불과 그들 사이에 사람이 지나가면 그 그림자가 동굴 벽면에 비친다.

그러면 그들은 그 그림자를 보면서 누군가 지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그림자만을 보면서 지내다 보면 그들은 그림자가 곧 사람의 실체라고 믿게 될 것이다.

이런 그림자를 보면 이런 사람이 왔구나 생각하고 저런 그림자를 보면 저런 사람이 왔구나 생각할 것이다.

그림자 모양은 횃불과의 거리에 따라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데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만 보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 턱이 없다.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실체를 그리는 것이다.

사실은 뒤에 한 사람이 왔다 갔다 하면서 다양한 포즈를 취한 것인데 묶여 있는 사람들은 여러 사람이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그 동굴에서 한 명이 탈출할 수 있었다.

누군가 그에게 손을 뻗어서 그를 잡고 동굴 밖으로 꺼내 준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밝은 세상에 나왔다고 좋아하겠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난생처음 보는 햇살 때문에 눈이 따갑고 불편할 것이다.

왜 자기를 힘들게 하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다가 차츰 빛에 익숙해지면서 다양한 사물들을 보게 될 것이다.

동굴 속에서는 오직 그림자만 볼 수 있었는데 동굴 밖에 나오고 나니 그림자가 아니라 진짜 실체를 볼 수 있었다.

그 실체들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태양빛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갈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나도 스무 살 때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어느덧 서울 생활이 익숙해졌다.

그 후로는 다시 제주도로 돌아가서 섬사람으로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굴에서 탈출한 사람이 바깥세상을 경험한 후에 동굴 안에 갇혀 있는 자기 동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다시 동굴에 들어갔다고 생각해 보자.

바깥세상에서 본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는 실체가 아니라 그림자일 뿐이라고 한다면 동굴 안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무지를 깨닫고 그의 말에 환영할 것 같은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괜히 엉뚱한 이야기를 퍼뜨리지 말라고 역정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그림자들이 진짜이며 실체이고 당신이 하는 말은 거짓이고 허풍이라고 할 것이다.

조선 후기에 청나라에 갔다가 청나라의 발전된 모습과 서양의 문물들의 뛰어난 점들을 보고 온 사람들 조선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본 놀라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조선의 사람들은 오랑캐 나라인 청나라가 뭐가 대단하며 서양 학문이 뭐가 뛰어나냐며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윽박질렀다.




동굴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동굴 밖에 나온 내가 알게 된 사실들을 꼭 알려주어야 할까?

그냥 나 혼자만 알고 지내면 안 될까?

굳이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에게 사실은 이것이라고 알려주어야 할까?

내가 사실을 말해주어도 믿지도 않을 텐데 꼭 말해야 할까?

플라톤의 <국가>에서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의 형인 글라우콘과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다.

가상의 동굴이라는 장소를 설정해서 대화를 이어가기에 이 이야기를 ‘동굴의 비유’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소크라테스는 동굴 안의 사람들이 내 말을 믿든지 안 믿든지 간에 나는 가서 전해야 한다고 했다.

진리를 알게 되면 그 진리를 나 혼자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되고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먼저 알게 된 자의 책임이고 의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들으면서 과연 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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