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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19. 2022

명심보감(明心寶鑑)에서 찾은 군자가 피해야 할 3가지


고려 충렬왕 때의 학자 추적(秋適)은 1305년에 중국 고전에서 삶의 지혜가 되는 글들을 추려내어 <명심보감초(明心寶鑑抄)>라는 책을 편찬했다.

그로부터 90년 정도가 지난 후에 중국 명나라의 학자 범립본(范立本)은 추적이 발췌한 글에 몇 가지 문장을 추가하고 내용을 보완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명심보감>은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명심보감의 최초 편저자가 추적인지 범립본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조상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격을 수양하기 위한 필독서로 읽혔다.

특히 글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은 천자문을 뗀 다음에 <동몽선습(童蒙先習)>과 함께 이 책 <명심보감>을 공부했다.

제목에서도 알려주듯이 명심보감은 마음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거울과 같은 글들이다.

총 2권 20편 798조에 이르는 내용 하나하나가 다 금과옥조와 같은 귀한 말씀들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계선편(繼善篇)은 선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화를 받는다는 내용들이고 천명편(天命篇)은 선행을 하는 게 하늘의 뜻임을 알려주고 있다.

정기편(正己篇)은 자신을 바르게 세우기 위해서 행동을 삼가고, 성의를 다하며, 감정을 잘 통제하여 바른생활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이렇게 모두 20편이 각각 특별한 주제들을 띠고 있는 글귀들로 엮여 있다.

그중에서 정기편(正己篇)을 보면 군자가 경계해야 할 3가지 요소를 언급하고 있다.

연소할 때에는 혈기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색을 경계해야 한다.

장성하여서는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싸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노년에 들어서는 혈기가 이미 쇠퇴하기 때문에 물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쓰인 글을 물끄러미 눈으로 따라 읽다가 깜짝 놀랐다.

군자라고 하면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군자에게도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어릴 때는 혈기를 잘 다스리지 못한다.

그때의 최대 난적은 이성에게 끌려다니는 것이다.

그때는 그게 인생의 전부이고 자기네가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인 줄 안다.

그 사람이 아니면 인생을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한다.

자칫하면 인생 초반에 다 말아먹는다.

사람이 성인이 되었을 때는 혈기가 왕성하여 자신의 혈기를 어디로 발산해야 하는지 잘 안다.

그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자기의 똥고집이다.

자신만 옳다고 하고 상대방은 틀리다고 하니까 어디에서나 싸움이 난다.

비록 싸움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사람이 노년이 되면 더 이상 혈기를 부릴 수가 없다.

혈기를 받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때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질들을 자랑한다.

어린 사람이나 성인이나 노년이나 자기에게 닥치는 유혹들을 이겨내지 못하면 군자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유혹거리들은 왜 생겨나서 우리를 괴롭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람들이 그 나이대가 되면 그것들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를 유혹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긍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이성에게 사랑받는 것을 원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고 멋지고 예쁜 이성 친구를 사귀기 원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어디에서나 자기의 주장이 관철되는 것을 원한다.

기가 죽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어 한다.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 올라 다른 사람들에게 명령하기를 원한다.

노년이 되어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값비싼 물질들을 원한다.

자신의 몸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변하지 않는 금과 보석으로 몸을 치장한다.

통장과 문서는 절대로 넘겨주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 군자가 되는데 나는 정말 군자가 되려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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