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이어오는 1년 200권 독서운동 14년차 6월이다.
남들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작년부터 목표를 300권으로 수정했다.
‘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8월 말에 200권을 돌파했었는데 올해는 좀 일찍 200권을 돌파할 것 같다.
책 읽기에도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을 내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있다.
16세기의 프랑스 사상가였던 미셸 드 몽테뉴는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읽을 책을 갖고 다녔다고 한다.
그의 수필집 <수상록>은 그냥 펜 가는 대로 쓴 글이 아니다.
그만큼 많이 읽고 많이 생각했기에 정제된 탄생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안중근 의사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한 가르침이 있다.
나도 그 교훈을 따라 매일 한 페이지라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이 읽는 게 그렇게 중요하냐고 묻는 이들에게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
독서 운동을 가볍게 시작한 이들도 독서가 습관이 되면 점차 무게감 있는 책들을 읽게 된다.
흔히 말하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 중심의 독서가 된다.
다른 분야의 책들도 훌륭하지만 거의 모든 책은 문사철로 연결된다.
문학은 사람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는 책이고 역사는 사람 살아왔던 세상을 그려준 책이다.
그리고 철학은 사람 살아갈 세상을 그려주는 책이다.
그러니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문학과 역사와 철학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독서 운동을 시작할 때는 나 자신의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자기 계발류의 서적들을 중심으로 읽었는데 어느덧 그 흐름이 심리학과 철학으로 연결되었다.
빨리 한 권의 책을 독파하려고 수필집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그 흐름은 소설과 고전문학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의 과정 속에서 ‘그 시절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의문이 들면서 역사책을 들추게 되었다.
얼마 전에 동료들이 아기를 데리고 해수욕장에 갔을 때 귀중품을 보관하는 기발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근에 나온 제품 중에 똥기저귀처럼 생긴 가방이 있다는 것이다.
그 안에 지갑이나 휴대폰 등 귀중품을 두면 아무도 건들지 않는다고 하면서 좋은 제품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에게는 대뜸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북부군이 쳐들어와서 집안의 모든 귀중품을 빼앗아갈 때 주인공 스칼렛은 조카의 기저귀 속에 지갑을 숨긴다.
그 덕택에 굶지 않고 살 수 있었다.
아기 기저귀 모양의 귀중품 보관용 가방을 만든 사람은 아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책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만이 아니다.
삶에 대한 태도도 배울 수 있고 사람들의 심리도 꿰뚫어 볼 수 있다.
삶의 거의 모든 길은 책으로 연결된다.
지난 6월에 읽은 책 중에서 인상 깊은 책으로는 우선 카렐 차페크의 <원예가의 열두 달>이 있다.
정원을 가꾸는 사람의 1년을 묘사한 책인데 얼마나 세세하게 표현했는지 꼭 조선 후기의 실학파 학자인 이덕무의 글들을 연상케 해주었다.
<하멜 표류기>는 조선 후기의 시대상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팀 마샬의 <지리의 힘2>는 <지리의 힘 1>에서 더욱 발전해서 미래세계의 판도를 예측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비롯해서 <명심보감>,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을 읽으면서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한 번밖에 없는 삶이기에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데 그게 어떤 삶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다.
삶은 또한 죽음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인데 월말에 읽은 몽테뉴의 <수상록>이 나의 고민들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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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순수이성 비판 서문(리커버)>. 임마누엘 칸트. 김석수. 책세상. 20220601
139. <의미의 지도>. 조던 B. 피터슨. 김진주. 앵글북스. 20220602
140.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페터 파이스트. 권영진. 마로니에북스. 20220603
141. <원예가의 열두 달>. 카렐 차페크, 요셉 차페크. 홍유선. 맑은소리. 20220603
142. <거대한 괴물>. 폴 오스터. 황보석. 열린책들. 20220604
143. <개와 고양이를 키웁니다>. 카렐 차페크. 신소희. 유유. 20220605
144. <첫 번째 주머니 속 이야기>. 카렐 차페크. 김규진. 을유문화사. 20220606
145. <꿈>. 에밀졸라. 최애영. 을유문화사. 20220608
146. <그리스도론>. 디트리히 본회퍼. 정현숙. 복있는사람. 20220609
147. <옥중서신-저항과 복종>. 디트리히 본회퍼. 김순현. 복있는사람. 20220609
148.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아리스토텔레스. 박문재. 현대지성. 20220610
149. <시학의 재조명>. 홍창의. 시간의물레. 20220610
150. <플라톤의 국가>. 플라톤. 최광열. 아름다운날. 20220611
151.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 읽기>. 이한구. 세창미디어. 20220612
152. <끝없는 탐구>. 칼 포퍼. 박중서. 갈라파고스. 20220612
153. <하멜표류기>. 헨드릭 하멜. 신동운. 스타북스. 20220613
154. <역사>. 헤로도토스. 박수진. 풀빛. 20220617
155. <지리의 힘2>. 팀 마샬. 김미선. 사이. 20220617
156. <자기 신뢰>. 랄프 왈도 에머슨. 이종인. 현대지성. 20220617
157. <명심보감>. 범립본. 이규호. 문예춘추사. 20220618
158.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박미경. 다산북스. 20220619
159. <한낮의 어둠>. 율리아 에브너. 김하현. 한겨레엔. 20220620
160.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 강부원. 믹스커피. 20220621
161.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상)>. 마거릿 미첼. 안정효. 열린책들. 20220624
162.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2가지 심리실험>. 나이토 요시히토. 한은미. 사람과 나무사이. 20220626
163.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중)>. 마거릿 미첼. 안정효. 열린책들. 20220627
164.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하)>. 마거릿 미첼. 안정효. 열린책들. 20220629
165. <미학 아는 척하기>. 크리스토퍼 퀄 원트. 박세현. 팬덤북스. 20220629
166. <몽테뉴 수상록>.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손우성. 문예출판사. 2022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