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력도 약하고 의지도 약한 내가 살아가는 방식

by 박은석


나는 지구력이 약한 사람이다.

그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한 때는 아마 국민학교 체육시간이었을 것이다.

동네에서는 친구들과 곧잘 달리기 시합을 하며 놀았는데 학교에서 정식으로 100미터 달리기와 1,000미터 달리기를 시켰다.

아마 체력장 측정이었을 것이다.

100미터 달리기에서는 역시나 상위권이었다.

그런데 1,000미터 달리기는 상황이 달랐다.

초반에는 내가 치고 나갔는데 절반쯤 달리고 나니까 친구들이 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달릴까 걸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 내 뒤에는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지구력이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해마다 체력장 시험을 치를 때면 오래달리기에 통과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오래달리기 시간이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라톤 같은 운동은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는 또한 의지가 약한 사람이다.

국민학교 5학년 때인가 한번은 방과 후에 선생님 앞에서 붓글씨를 쓰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는 나를 물끄러미 지켜보시더니만 한 3개월 동안만 꾸준히 붓글씨를 배워보라고 하셨다.

붓글씨를 배우면 필체도 좋아지지만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인내심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서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열심히 붓글씨를 배우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다짐만 했다.

마음만 먹었다.

그다음 날부터 한 번도 붓을 들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게 하루 사이에 내가 싹 달라졌는지 모르겠다.

붓글씨를 3개월 배우지 못해서 그런지 나는 인내심도 약하다.

물론 글씨도 괴발개발이다.

군 복무하는 2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여자친구에게 500통 정도의 편지를 쓴 것 같은데 그 휘황찬란한 필체를 다 해석했던 여자친구가 대단하다.

그때 여자친구가 내 아내이다.




이렇게 지구력도 약하고 의지도 약한 내가 놀랍게도 꾸준히 잘하고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나 자신에게 숙제를 주는 일이다.

솔직히 숙제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숙제는 안 할 수는 없다.

좋든 싫든, 쉽든 어렵든 어떻게든 해야 하는 게 숙제이다.

이런 숙제의 속성을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것에 적용시키고 있다.

나 스스로 나 자신에게 숙제를 내고 그 숙제를 완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1년 200권 책 읽기 운동이다.

1년에 200권을 읽으려면 한 달에 17권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다시 1주일에 4권 정도를 독파해야 하는 일이며 3일에 2권 정도를 읽어야 하는 일이다.

작년부터는 1년에 300권으로 상향 조정을 했다.

독서운동을 계속 하다 보니까 1년 200권이 좀 만만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취미생활로 독서를 꼽았다면 1년 200권은커녕 몇십 권도 독파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숙제였으니까 가능했다.




2020년 5월부터 매일 한 편의 글을 쓰자고 한 것도 나에게 내린 숙제였다.

글이나 좀 써 볼까 하는 마음이었다면 며칠 쓰다가 말 게 뻔했다.

내 성격이 그렇다.

끈질기게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나름대로 바쁘다고 하고 일에 치이고 몸이 피곤해서 ‘오늘은 쉬자.’라는 말을 반복할 사람이다.

그런데 숙제를 내니까 태도가 달라졌다.

어쨌든 자정을 넘기기 전에 글 한 편을 써야 한다.

그래야 그날의 숙제를 통과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하루 1만 걸음 이상을 걷거나 뛰고 있다.

내 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기에 나 스스로 나 자신에게 그렇게 숙제를 냈다.

남들처럼 헬스장에 가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면 좋지만 나는 헬스장을 한 달 끊으면 사나흘 다니다 그만 멈출 사람이다.

그런 방법으로는 나를 지킬 수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숙제를 내렸다.

지구력도 약하고 의지도 약한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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