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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06. 2022

말이 많은 건 자랑거리가 아니다


지구상의 숱하게 많은 생명체 중에서 오직 사람만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동물들도 자기들끼리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 같다.

그러더라도 동물들이 내는 소리를 언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냥 소리라고만 한다.

그런데 동물을 아끼는 사람들은 동물들이 내는 소리를 단순한 소리라고 하지 않는다.

그들끼리 말한다고 한다.

언어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동물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정말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아 보인다.

어쩌면 우리 인간이 동물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소리라고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동물은 그렇다 치고 그럼 식물도 자기들끼리 서로 의사소통을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웃고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식물을 아끼는 사람들은 식물도 자기들끼리 서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말한다.

식물의 언어가 뭐냐면 바로 ‘향기’라고 한다.




독일의 산림경영지도원인 페터 볼레벤(Peter Wohlleben)은 <나무수업>이라는 책에서 나무의 언어를 재미있게 설명하였다.

나무의 말은 우리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나무는 소리를 내지르는 게 아니라 향기를 풍김으로써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무뿐만이 나이라 동물들도 냄새를 풍기면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

사람도 몸에 향수를 뿌림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도 한다.

실제로 40년 전에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서 나무가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연구에서 꽤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여간 학자들은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별의별 내용들을 생각해내고 그것들을 연구한다.

그들의 그런 노력과 연구 덕택에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고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또 하나의 정보를 얻게 된 내가 제일 수지맞았다.




연구에 의하면 아프리카 기린은 우산 아카시아의 잎을 즐겨 먹는데 한 번 먹을 때 그 잎사귀의 양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아카시아나무의 입장에서는 기껏 키워놓은 자기 잎사귀들을 이 대식가가 우적우적 먹어버리니 굉장히 기분이 상할 것이다.

그래서 아카시아는 기린을 쫓아버리기 위해서 특별한 수단을 쓴다.

기린이 잎사귀를 먹기 시작하면 곧바로 유독물질을 발산하는 것이다.

맛있게 식사를 하다가 이상한 냄새를 맡은 기린은 그 자리를 떠나 다른 나무에게로 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바로 옆에 있는 나무에게 가지 않고 100미터 정도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에게로 간다.

왜 그럴까 조사해봤더니 잎사귀를 뜯어 먹힌 나무가 유독물질을 내보내면서 여기에 기린이라는 놈이 왔다고 알려주면 그 주변에 있는 나무들도 똑같이 유독물질을 발산한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기린은 그 냄새를 피해서 먼 곳으로 간다는 것이다.




아카시아나무는 이렇게 향기를 발산함으로써 옆에 있는 나무에게 말을 건다.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니까 서로 힘을 모아 공동으로 대처를 하자고 한다.

비록 나는 피해를 보았지만 다른 나무들은 피해를 보지 말아야 한다며 향기로 외치는 것이다.

그리고 옆에 있는 나무는 피해를 보는 나무를 살리고자 옆에서 함께 향기를 발산한다.

이렇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서도 나무는 자기들끼리 마음이 척척 맞고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우리 인간에게는 전 세계적으로 5천 가지가 넘는 언어가 있다고 한다.

말만 많은 게 아니라 글도 많고 말뜻을 해석해주는 사전도 많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오히려 같은 말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많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건 자랑거리가 아니다.

얼마나 의사소통을 잘하느냐가 자랑거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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