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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07. 2022

인류가 바꿨으니까 인류가 책임을 져야 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한동안 공룡에 푹 빠졌던 때가 있었다.

서점에 가면 공룡이 나와 있는 책은 무조건 사 와야 했다.

마트에 갈 때면 아이들은 완구코너에 있는 공룡 장난감 앞에서 쉽게 발을 떼지 않았다.

그 복잡한 공룡들의 이름을 하나씩 척척 알아맞히는 것을 보고 우리 아이들이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품기도 했었다.

공룡백과사전을 보면 그 공룡이 언제 지구에 살았는지 설명해주는데 주로 ‘중생대’가 공룡의 시대라고 했다.

중생대 전에는 고생대라 불리고 중생대 후에는 신생대라고 불린다.

중생대는 또 그 안에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 등으로 나뉜다.

이 시대들은 지구상에 아직 인류가 나타나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이전이다.

학자들은 지구의 나이가 약 46억 년 정도라고 한다.

그 긴 시간 중에서 화산폭발이나 지진 등으로 지각에 큰 변동이 생기면서 산과 계곡과 평야가 형성된 시대를 ‘지질시대’라고 부른다.




지질시대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크게는 누대(累代)들이 있고 그 누대들 안에 여러 개의 대(代)가 있으며, 대 안에는 기(紀)가 있고 기 안에는 세(世)가 있다.

이러한 구분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지질시대는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 홀로세(Holocene)’에 해당된다.

‘홀로세’는 약 1만 년 전에 시작되었는데 생물이 살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그래서 ‘완전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Holo’와 시대를 의미하는 ‘cene’을 합쳐서 ‘홀로세’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시기에 인류가 등장했고 세력을 불려왔으며 최근에는 지구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수십억 년 동안 지구는 천천히 변해왔는데 지금은 짧은 시간에 급변하고 있다.

아마존이나 인도네시아의 거대했던 밀림이 농장으로 변해버렸고 남극과 북극의 빙하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의 모양이 순식간에 변해가는 그 한복판에는 인간이 있다.




인류가 지구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면서 지구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그래서 오늘날의 세상을 인류에 의한 세상이라는 의미로 ‘인류세(Anthroposcene)’라고 부르자는 목소리들이 있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대기과학자 파울 크뤼천(Paul Jozef Crutzen)이 지난 2,000에 멕시코에서 열린 ‘국제 지권-생물권 프로그램 회의’에서 이 말을 꺼내 들었다.

더 이상 지구가 생물이 살기에 최적의 환경인 ‘홀로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지구 환경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고 이대로 가다가는 대재앙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각의 변동으로 인해서 지구에 재앙이 찾아왔었는데 머지않아 사람들 때문에 지구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인류세’라는 말 안에 깔려 있다.

결국 인류세는 자연과 공존하기를 거부하고, 자연을 착취하여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고 있는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세상이다.




인류세에 대한 경고는 생태학자들이나 환경론자들만 외치고 있는 말이 아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모든 자연 만물이 우리 인류에게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인간 혼자만 살 것인가?’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환경이 인간에게 맞춰져 있다.

우리가 편하자고 산을 깎았고 우리가 배부르자고 숲을 없앴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동물의 개체 수를 줄이기도 하고 늘리기도 했으며 우리 마음에 안 든다고 싹 없애버리기도 했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니까 사람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오만방자함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는 호락호락하지 않는다.

지구가 인류에게 권한을 아주 넘긴 게 아니다.

잠시 맡겼을 뿐이다.

그런데 인류가 망쳐버렸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오기 마련인데 인류는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지구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인류가 바꿨으니까 인류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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