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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26. 2022

내 옷차림이 괜찮은지 살펴봐야 한다


영국 레스터대학의 에이드리언 노스(Adrian C. North) 박사는 사람의 옷차림이 일상생활에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험을 했다.

그는 실험 도우미들에게 어떤 때는 멋진 옷차림을 갖추게 하고 또 어떤 때는 허름한 옷차림을 갖추게 했다.

그런 다음 자동차가 돌진할 때 도로를 횡단하게 했다.

도우미들은 2주일 동안 무려 1만 8천 번에 걸쳐 횡단을 시도했다.

실험 결과, 도우미들의 옷차림이 깔끔했던 경우에는 78.9%의 운전자가 자동차를 멈췄다.

반면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경우에는 65.4%의 운전자가 자동차를 멈췄다.

뿐만 아니라 허름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횡단을 시도할 때는 요란하게 경적을 울리는 차들도 많았다.

하지만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은 실험자들의 경우에는 그들이 무모하게 도로를 횡단하더라도 운전자들이 양해를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이런 실험을 우리나라에서 해보더라도 결과는 비슷할 것 같다.




정장을 빼입으면 무단횡단을 해도 괜찮다는 말이 아니다.

허름한 옷을 입었을 때는 무단횡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도 아니다.

상대방의 옷차림이 어떠냐에 따라서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차이가 생긴다는 말이다.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대방의 옷차림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나보다 옷을 잘 입은 사람을 만나면 그를 신분이 높거나 특별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 앞에서는 내 행동도 조심스럽고 말투도 공손해진다.

반면에 나보다 옷을 잘 입지 못한 사람을 만나면 그가 신분이 낮거나 중요치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 앞에서는 내 행동이 잘 제어되지 않는다.

말도 함부로 하게 된다.

옷차림이 그 사람의 사회적인 신분을 나타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신분에 따라 옷차림에 차별을 두었기 때문에 나타났을 것이다. 




자기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낮은 사람들은 양복 정장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주눅이 들기도 한다.

양복을 입은 사람은 자신들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이라고 선뜻 생각을 한다.

2014년에 인도 뉴델리에서 실제로 그런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정장을 잘 차려입은 신사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만큼의 배려를 해 주는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는데 그 결과가 놀라웠다.

그 실험자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을 걸어가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었다.

그 사람이 물어보는 말에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답을 했고 존칭을 붙여주기까지 했다.

관공서나 기업체에 들어갈 때에는 경비원들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그가 누구인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굉장히 지체가 높고 중요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인도의 전통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러저러한 실험들과 사람들의 반응을 종합해본다면 기왕이면 옷을 잘 입고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일단 교통사고를 당활 확률이 줄어들 것이고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은 환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내 아내는 나에게 옷을 잘 입고 다니라고 한다.

양복바지가 후줄근하면 안 된다고, 와이셔츠는 잘 다린 것으로 입어야 한다고, 양말은 가능하면 까만색이어야 한다고, 넥타이는 매일 다른 것으로 하되 양복과 색깔을 잘 맞춰야 한다고, 아침마다 나를 쫓아다니면서 말을 한다.

대충 입어도 사람들은 모른다고 내가 대꾸를 하면 그게 아니라고 한다.

사람들은 안 보는 척하면서도 다 보고 있다고 한다.

그래, 아내의 말이 맞다.

사람들은 안 보는 척하면서도 다 보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왜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섭섭해하지 말고 내 옷차림이 사람들 보기에 괜찮은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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