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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13. 2022

내 앞에 가로막힌 벽을 넘는 방법


지금이야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영국의 문호 서머셋 모옴도 무명작가 시절이 있었다.

하기는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은 과장된 말이다.

아무리 벼락 스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살아온 날들이 있다.

짧은 시간일지라도 사람들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 있다.

흔히 말하는 무명의 시절이 있다.

그 시절에는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자기 이름이 박힌 책 한 권 내는 게 소원이다.

자기 이름이 박힌 책이 나오면 그 책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소원이다.

여러 사람에게 자기 이름이 박힌 책이 알려지면 이제는 그 책이 더 많이 팔려서 돈 좀 벌었으면 하는 게 소원이다.

그렇게 되어야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야 “글 쓴다고 밥이 나오냐? 쌀이 나오냐?”라는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서머셋 모옴이 그 무명의 시절에 심혈을 기울여서 <달과 6펜스>라는 책을 썼다.

출판도 했다.

잘 팔릴 줄 알았는데 판매 실적이 영 형편없었다.

사람들을 향해서 불후의 명작을 알아보는 안목이 없다고 투덜거릴만했다.

그런데 그렇게 투덜거리고 불평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서머셋 모옴은 사람들이 명작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자기라도 나서서 그 작품이 명작이라고 알려줘야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쩌면 좀 엉뚱하다 싶게도 신문에 청혼 광고를 냈다.

‘저는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 백만장자입니다.

교양있고 온화하며 감상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저는 서머셋 모옴의 최근 소설인 <달과 6펜스>의 여주인공을 닮은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고자 합니다.

그런 분이 계신다면 저에게 꼭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신문 광고가 나간 후에 그의 책은 정말 날개 돋친 듯이 팔렸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서머셋 모옴을 가리켜 자기 PR의 선구자라고 부른다.

서머셋 모옴이 백만장자였나?

스포츠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교양있고 온화하며 감상적이었나?

그 시절에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상관없다.

어디까지 그것들은 서머셋 모옴이 꿈꾸고 바라던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광고가 나간 후에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그 광고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만약 서머셋 모옴이 자기 책이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 앞에서 그냥 주저앉아버렸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우리는 서머셋 모옴이 누군지 전혀 알 수 없었을 테고 <달과 6펜스>를 비롯한 그의 찬란한 작품들도 구경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머셋 모옴의 생각은 굉장히 단순했을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하는 책인데, 이 책을 읽게 만들 방법이 어디 없을까?’였다.

그렇게 궁리하고 궁리하다 보니까 방법이 하나 보인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벽을 만난다.

높은 담장을 만난다.

그 벽 너머로 가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

아니다.

있다.

그것도 여러 가지이다.

벽을 뚫는 방법도 있고, 벽을 무너뜨리는 방법도 있고, 벽을 기어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아니면 사다리를 타고 넘어가는 방법도 있다.

도종환 선생의 <담쟁이>라는 시가 우리에게 그 방법을 알려준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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