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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14. 2022

책 읽기의 장점이자 선순환


오래전에 <국화와 칼>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이 작가는 어떤 사람이기에 일본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을까?’ 궁금했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라는 여성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즈음에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문화를 연구하여 <일본인의 행동 패턴>이라는 보고서를 썼다고 한다.

그 보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해서 1946년에 <국화와 칼>이라는 책으로 출판한 것이다.

책 제목부터 일본 왕실의 상징인 하얀 국화와 일본인의 잔혹성을 상징하는 칼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굉장히 상냥한 것 같은데 다시 보면 굉장히 냉혈한 같은 일본인의 특징을 역사, 지리, 문화 등 다양한 방면으로 조사한 책이다.

언젠가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선배에게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했더니 일본어과에서는 필독서로 읽힌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저자인 베네딕트는 일본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고 한다.




<국화와 칼>을 읽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이보다 더 일본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준 책이 없다고들 한다.

일본인들은 외국인이 일본에 대해서 자기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입장을 바꿔서 외국인이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대해서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면 내 기분은 어떨까?

‘내가 이것도 몰랐었나?’ 하면서 굉장히 부끄러울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나올 때 그런 현상들이 보인다.

내가 국어교육과 출신이어서 그런지 나는 출연진들이 하는 말, 즉 어휘에 관심이 많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말을 비틀어버린다.

사전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서 한낱 웃긴 시간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

반면에 외국인들은 발음은 서툴지만 정확한 어휘를 구사하려고 한다.

그럴 때 나는 우리가 우리말을 잘 모르는 것 같아 부끄러워진다.




펄 벅의 <살아있는 갈대>라는 책을 읽을 때 그런 부끄러움이 되살아났다.

이 책은 조선 후기에서 시작해서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어떻게 항일운동을 했는지 보여준다.

그러면서 해방과 함께 찾아온 남북 분열까지의 역사를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그려놓았다.

작가는 분명 미국 여성인데 어떻게 우리의 역사를 이렇게 잘 알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 방면에서는 박경리의 <토지>나 조정래의 <아리랑>의 축약판 같은 느낌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세시풍속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누에를 쳐서 비단을 만드는 과정이라든지, 여성들이 베틀을 가지고 옷감을 짜는 길쌈이라든지,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고 김장 김치를 담그는 과정도 세세히 묘사하였다.

이런 방면에서는 최명희의 <혼불>의 축약판 같은 느낌이었다.

‘와 많이도 안다!’라는 탄성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한국전쟁 후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던 펄 벅은 수많은 고아들 특히 혼혈 아동들을 살려야겠다고 마음먹고 펄벅재단을 설립하고 복지 사역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서인지 펄 벅을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많이 사랑한 인물이라고 부른다.

<대지>나 <북경의 세 딸>, <북경에서 온 편지> 등을 읽을 때는 중국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아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살아있는 갈대>를 읽으면서는 한국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 자신은 한국에 대해서 몰라도 한창 모르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부끄러운 마음에 더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책 읽기의 장점 중의 하나는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점을 자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순간 모르면 배워야 한다는 본능이 발동한다.

그래서 다시 책을 집어 들게 된다.

이것이 책 읽기의 장점이자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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