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너도 살고 나도 산다

by 박은석


얼마 전에 큰비가 내렸길래 집 근처 탄천에 나가 보았다.

큰비가 오면 성남시 분당구를 가로지르는 탄천 산책로가 범람하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인지 보고 싶었다.

과연 비가 많이 오기는 했다.

산책로를 휩쓸고 지나간 물 흔적이 보였고 탄천 시냇물은 금방이라도 다시 넘칠 것 같았다.

이 물들은 흐르고 흘러서 한강에 닿을 것이고 또 흐르고 흘러서 서해로 빠져나갈 것이다.

결국 물의 종착지는 바다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서 흐르니까 물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바다이다.

그렇다면 바닷가가 습도가 가장 높고 높은 산에는 습도가 적을까?

그렇지는 않다.

바닷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바닷가와 비슷한 습도를 유지하기도 한다.

일차원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육지는 바다보다 높으니까 육지의 물은 모두 바다로 흘러간다.

그러면 육지는 물이 빠져나가서 건조해야 할 텐데 꼭 그렇지는 않다.




도대체 육지는 어떻게 습도를 유지하는 것일까?

전에는 비가 오면 나무나 풀들이 그 빗물을 간직하고 있어서 육지의 습도를 유지하는 줄 알았다.

그 나무와 풀들로 이루어진 숲이 물을 간직한다고 알고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닌데 뭔가 부족했다.

봄이 되면 우리나라에 황사가 밀려오는데 이 황사를 막기 위해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이 몽골 땅에 나무 심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무를 심어도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나무를 많이 심으면 자연스레 숲이 형성될 것이고 그러면 물기가 많은 땅이 될 줄 알았는데 숲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는 땅이 안 좋아서 나무들이 견디지 못하는 줄 알았다.

다른 종류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나무수업>이란 책을 보다가 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숲이 형성되려면 나무들이 길게 줄을 서서 바다까지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로 모인다.

그 바다에 있는 물을 나무가 끌어와서 육지에 전달해주는 것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나스타샤 마카리에바의 연구팀이 이 사실을 발견했다.

숲이 잘 형성된 지역을 보니까 나무들이 손에 손을 잡듯이 바닷가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산을 넘고 들판을 가로지르며 나무의 행렬이 이어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해안가의 나무들을 베어버린 지역을 살펴보았더니 신기하게도 숲길도 황폐해져 있었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이 조사를 통해서 연구팀은 나무가 바닷가의 물을 육지로 운반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렇게 해서 육지 한가운데까지 물을 가지고 오면 그곳에 여러 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룬다.

숲속에 있는 나무들은 축축하게 물을 품은 이파리를 활짝 폈다가 그 물들을 대기 중으로 방출한다.

그 물들은 하늘에서 구름을 만들고 비가 되어 내려온다.

그러면 다시 육지에 물이 고인다.




지구가 급속한 속도로 사막화되어가는 원인이 있다면 바다에서부터 올라오는 나무들의 연결선을 누군가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땔감이 필요해서 나무를 베었다.

한동안은 가구들을 만든다며 베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는 농작지를 만들고 도시를 개발한다며 베고 있다.

물은 생명인데 지구에게 생명을 주는 물길을 끊어버린 것이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지라도 곧 지구가 시름시름 앓게 될 것이다.

지구의 동맥을 끊어버렸으니 머지않아 지구가 말라버릴 것이다.

보기 싫은 나무라고 괜히 자리 차지하는 나무라고 쓸모없는 나무라고 함부로 잘라서는 안 된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나무가 바닷가에서부터 내륙 깊은 곳까지 서로 이어져 있어야 나무도 살고 숲도 살고 지구도 산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절대로 중간에 끊겨서는 안 된다.

서로 어깨동무하고 연결되어 있어야 너도 살고 나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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