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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18. 2022

메타포로 물어보고 메타포로 대답하기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인생 말년을 그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책이 있다.

작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상상력에서 의해서 네루다를 소환해 낸 걸작품이다.

네루다가 칠레의 해변 마을 이슬라 네그라에서 지내던 때였다.

그 마을에 고기잡이를 하다가 그만두고 놀고 있던 마리오라는 청년이 있었다.

마리오는 우연히 우체국의 구인광고를 보고 간단한 면접을 거쳐 우편배달부가 되었다.

자전거를 가지고 있고 글을 읽을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합격한 것이다.

마리오의 업무는 굉장히 단순했다.

매일 파블로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전달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우편물의 양이 만만치 않았다.

어쨌든 이 기회에 마리오는 위대한 시인으로부터 사인이라도 하나 받으려고 했다.

그래서 네루다의 시집인 <일상송가>까지 구입했다.

네루다의 사인을 받은 책을 보여주면 여자들에게 인기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네루다에게 사인을 받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마리오에게 그런 기회와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도 마리오는 매일 네루다의 책을 들고 다녔다.

그러던 중 아뿔싸! 책을 다 읽어버렸다! 이제는 책도 다 읽었으니까 용기를 내서 네루다에게 도전을 했다.

백만 불짜리 헌사를 부탁한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네루다가 그 책에 ‘파블로 네루다 드림’이라고 써주었다.

마리오는 네루다가 ‘나의 둘도 없는 친구에게....’라는 식으로 길고 거창한 문장을 써줄 줄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짧았다.

마리오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위대한 시인이니까 짧은 문장에도 어떤 위대한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월급을 받자 마리오는 네루다의 시집을 또 한 권 샀다.

다시 사인을 받으려고 말이다.

어쨌든 마리오는 편지를 배달하면서 네루다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까지 발전하였다.




어느 날은 편지를 배달하고 네루다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네루다가 무슨 일이 있냐면서 왜 그렇게 전봇대처럼 서 있냐고 물었다.

그 말에 마리오는 “창처럼 꽂혀 있다고요?”라고 되물었다.

네루다는 “아니, 체스의 탑처럼 고즈넉해.”라고 했다.

그 말에 마리오는 “도자기 고양이보다 더 고요해요?”라고 또 물었다.

그 말에 마리오는 귀찮다는 듯이 온갖 메타포로 자기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마리오는 ‘메타포? 메타포가 뭐예요?’라고 물었다.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아주 쉽게 설명해주었다.

“메타포란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란다. 그러니까 내가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그건 무슨 뜻일까?”

마리오가 대답했다.

“그건 비가 온다는 거잖아요.”

이렇게 해서 마리오는 메타포를 알게 되었다.

메타포를 알고 나서 네루다의 시를 들어보니까 시가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메타포를 배운 마리오는 자기가 짝사랑하는 베아트리스에게 메타포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다.

베아트리스를 만난 마리오는 그녀의 미소가 얼굴에 나비처럼 번진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베아트리스가 웃음을 터뜨리자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의 웃음은 한 떨기 장미이고, 영글어 터진 창이고, 부서지는 물이고, 홀연히 일어나는 은빛 파도라고 했다.

메타포를 몰랐을 때는 소녀 앞에서 한마디도 못했던 마리오였는데 메타포 몇 마디로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황홀경에 빠뜨렸고 그녀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서 심한 질병으로 죽음의 문턱에 이르렀을 때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세상 복잡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편안히 죽을 수 있게 절묘한 메타포나 하나 읊어달라고 부탁했다.

네루다와 마리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도 메타포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은 이름 세 글자 말고 메타포로 물어보고 메타포로 대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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