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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20. 2022

골리앗과 같은 상대를 이기는 방법


흔히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나게 어려운 상대를 만났을 때 골리앗을 만났다고 한다.

성경에서 이스라엘의 소년 다윗이 무찌른 블레셋의 장군 이름이 골리앗이다.

다윗은 골리앗을 무찌르면서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은 영웅이 되었고 사울 왕의 사위도 되고 사울 왕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이 된다.

고대의 전쟁 방법 중에는 죽 늘어선 군사들 앞에서 이쪽 편의 장군 한 명과 저쪽 편의 장군 한 명이 나와서 일대일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전투를 종결하는 방법이 있었다.

자기 진영에서 최고로 잘 싸우는 장군이 나서서 적군의 장군과 싸운다.

자기 편의 장군이 적장을 무찌르면 군인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다.

반면에 자기 편의 장군이 적장에게 패하게 되면 군인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도망하기 일쑤였다.

현대의 군대처럼 잘 훈련된 병사들이 아니었기에 장군 한 명이 백 명도 천 명도 무찌를 수 있었다.




다윗 시대는 어림잡아 기원전 1천년 경이었다.

이스라엘은 블레셋에 비해서 문명이 늦었다.

블레셋은 지중해 건너편으로부터 앞선 문명을 받았고 이스라엘은 블레셋으로부터 문명을 이어받아야 하는 처지였다.

당연히 둘이 전쟁을 벌이면 블레셋이 이겼다.

이스라엘은 블레셋에게 밥이었다.

더군다나 블레셋 진영에는 골리앗이라는 걸출한 장군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장을 누비던 장군이었다.

그의 키는 어림잡아 3미터 정도였다.

머리에는 놋 투구를 썼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갑옷을 입었으며 다리에는 각반을 찼고 그의 앞에는 방패를 든 부하를 세웠다.

손에는 칼과 창을 들었다.

그야말로 완전무장하고 완전한 수비를 갖춘 상태였다.

그에 비해 다윗은 단신인 150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평상복을 입었다.

무기라고는 양치는 목동들이 사용하는 물매가 고작이었다.

주머니에는 시냇가에서 주운 돌멩이 다섯 개가 들어 있었다.




이런 상태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다윗에게 배팅을 거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일 것이다.

성경을 보니까 다윗이 빨리 달려가면서 주머니에서 돌을 꺼내 물매에 장착하고 물매를 돌리다가 던져서 골리앗에게 명중시켰다고 나와 있다.

하도 신기해서 그게 가능한지 실험해 보았다.

달려가다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시늉을 하고 돌리는 시늉도 했다.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런데 다윗이 던진 물맷돌이 골리앗의 이마에 명중했다.

도저히 빈틈이 없었던 골리앗이었는데 투구 바로 밑의 이마는 아무것으로도 가리지 않았었다.

다윗의 물매가 바로 그곳으로 날아갔다.

마치 완전무결했던 아킬레스가 유일한 약점이었던 발목 뒤의 힘줄에 화살을 맞아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골리앗은 유일한 빈틈이었던 이마에 돌을 맞아 죽은 것이다.

3미터의 거구가 쓰러지는 순간 이스라엘은 승기를 잡았고 블레셋은 도망치기 바빴다.




풀꽃 시인 나태주 선생은 <나의 골리앗>이라는 시에서 당신 앞에는 언제나 골리앗이 있었다고 했다.

골리앗이 으르렁거리기에 항상 골리앗을 피해 다니고 있다고 했다.

솔직한 고백이어서 반가웠다.

골리앗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는 맞서 싸우기보다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골리앗과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그때는 다윗처럼 물매를 던져야 한다.

고작 물매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물매도 실력을 갈고닦으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다윗이 던진 물맷돌은 골리앗의 이마에 박혔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세게 던졌으면 이마에 박힐까 조사해 봤더니 적어도 시속 160킬로미터 이상을 던져야 한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에 돌팔매질을 하다가 친구의 머리를 깬 적이 있는데 그때 돌멩이가 박히지 않은 것은 내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 꾸준히 훈련하면 골리앗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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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골리앗> - 나태주     


내가 다윗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다윗에게처럼 내게도 언제나

골리앗이 있었다

어떤 모습으로든

어떤 이름으로든

골리앗이 있었다

골리앗은 내 앞에서 내 뒤에서

언제든 틈만 있으면

나를 쓰러뜨리려고 으르렁거렸고

때로는 내 안에서

내 몸과 마음을 찢고 밖으로 나와

나를 부수려고 용을 쓰곤 했다

그러나 나는 번번이

그 골리앗을 피해 갔다

골리앗을 죽이거나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다

다만 골리앗의 눈을 속이고

골리앗의 손아귀에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나는 지금도 골리앗을 피해 도망치는 중이다

아슬아슬하게 살아남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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