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의 꿈

by 박은석


내가 사는 분당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을 달려 경기도 화성시 서쪽 끝까지 가면 갯벌 너머에 조그마한 섬 제부도가 보인다.

여름에는 근처 포도밭에서 송산포도가 쏟아져 나오고, 갯벌에 발을 담근 아낙네들은 진흙 속에서 먹거리를 건진다.

바다가 잘 보이는 쪽으로 창을 낸 식당들은 커다란 간판을 내걸고 바지락 칼국수를 판다.

예전에는 칼국수 한 그릇을 먹으면 바지락 껍데기가 한 사발 나올 정도로 인심이 후했다.

그것 말고도 제부도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지구와 달 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서 우리의 바닷물은 하루에 한두 번 밀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일들을 반복한다.

제부도에 가면 단박에 눈앞에 펼쳐진다.

화성시 서신면 송교리에서 바라보는 제부도는 영락없는 하나의 섬이다.

그러나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지면서 바닷길이 열리면 제부도는 송교리와 연결되어 서신면 제부리라는 육지의 한 동네가 된다.




물에 갇혀 육지를 그리워하던 이들이 줄을 지어 바닷길을 빠져나오면 제부도는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며 활기를 띤다.

빨간 등대 앞에서 등대지기의 노래를 부르고, 해안가를 두른 산책길을 걸으며 바람에 취해도 보고, 맨발에 달려드는 모래알갱이들과 싸움을 하기도 하고, 매바위까지 걸어가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여행의 피로감이 밀려올 때면 바닷가 찻집 ‘벚꽃이야기’에 앉아 사장님이 들려주는 음악이야기와 노래를 들으며 한잔의 커피를 마신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자라다가 뭍으로 나온 나로서는 바다를 본다는 것이 꼭 고향을 다녀오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도시 생활의 답답함이 몰려올 때 “제부도에나 갈까?”하고 바람을 잡는다.

하지만 제부도의 분위기에 마냥 빠져들 수만은 없다.

물이 들어오면 제부도는 다시 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전에, 길이 열려 있을 때 가슴에 추억을 담고 나와야 한다.




길이 닫힌 후에도 제부도에 남아 있는 사람은 육지에 대한 동경을 품으면서도 그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섬사람들이다.

그들 외에도 남아 있는 외지인들이 있기는 하다.

하룻밤 여유를 가지고 찾아온 여행객들과 종일 신나게 놀다가 나갈 때를 놓쳐버린 청춘들, 그리고 제부도가 이런 곳인 줄 몰랐다며 내숭을 떠는 젊은 연인들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언젠가는 제부도를 떠날 것이고 제부도는 홀로 바다 위에 남을 것이다.

섬에서 산다는 것, 섬에 갇힌다는 것은 결코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섬은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혹독한 환경이다.

모든 것이 부족하다.

물도, 먹거리도, 생활필수품도 부족하다.

혹시 한밤중에 몸이 아프면 당장 달려갈 응급실이 딸린 병원은...

당연히 없다.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두려운 상황들을 맨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육지를 동경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육지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섬사람들의 마음을 아는지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바닷물을 밀어내고 육지로 길을 낸다.

그 길을 따라오고 가는 사람들은 바닷길이 갈라졌다며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고도 한다.

제부도가 들으면 얼토당토않다며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제부도가 뻗어내는 그 길은 ‘제부도의 꿈’이며 ‘제부도의 팔’이다.

제부도는 항상 육지에 닿으려는 꿈을 꾼다.

그래서 팔을 길게 뻗어 육지에 닿으려고 몸부림을 친다.

육지에 닿아야 제부도에 터 잡은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섬에서 만으로는 살 수 없는 사람들 때문에 제부도는 창조 이래로 단 하루도 팔을 내린 날이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꼭 제부도 같다.

때로는 모든 사람과 떨어진 나만의 섬에서 사는 것 같다.

하지만 바다에 떠 있는 섬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다.

두 팔을 쭉 뻗어서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살고 너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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