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특별한 사람만 볼 수 있는 무엇이 있다

by 박은석


미국인들이 제일 많이 사랑하는 대통령 중의 한 명이 존 F. 케네디라고 한다.

젊고 매력적인 외모에 똑 부러지는 언변, 가톨릭 신앙이면서도 개신교가 주류를 이루는 사회에서 화합을 이끌 줄 알았던 인물이다.

전쟁보다는 평화를 원했고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겼던 인물이다.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냉전시대에 국가는 어떻게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던 인물이다.

대통력 취임사에서 “국가가 나를 위해서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묻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어라!”라고 외쳤던 인물이다.

국가가 힘을 잃고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정치체계가 무너지면 개인의 삶도 망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기에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잊을만하면 그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는 걸 보면 링컨 이후 최고의 대통령이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런 케네디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다.




1962년에 노벨상 수상자들을 백악관에 초대해서 성대한 파티를 열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대지>의 작가인 펄 벅 여사도 참석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면 케네디 대통령이 펄 벅 여사와 담화를 나누는 장면의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펄 벅은 선교사인 부모님 때문에 어린 시절을 중국에서 보냈고 대학을 마친 후에도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서 중국 농업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된 존 로싱 벅과 결혼했다.

그만큼 그녀는 중국을 사랑했다.

가난한 농사꾼인 왕룽 가족이 가뭄과 메뚜기떼 때문에 피난을 가면서 점점 부자가 되어간다는 이야기가 소설 <대지>의 큰 흐름이다.

이처럼 펄 벅은 중국인들의 생활상과 중국의 속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자유진영을 대표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케네디는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 펄 벅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해오는 말에 따르면 그때 케네디가 펄 벅에게 요즘 무슨 일을 하고 계시냐고 물었다고 한다.

펄 벅은 “요즘 한국에 대한 책을 쓰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때 한창 <살아 있는 갈대>라는 책을 쓰고 있었는데 중국에서 활약했던 한국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근데 그 똑똑하고 잘생긴 케네디가 한국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골치 아프다는 듯이 반응을 했다고 한다.

주한미군 주둔비가 엄청나게 많이 들고 있어서 차라리 예전처럼 일본이 한국을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듯이 말했다고 한다.

그게 사실인지 알 수는 없지만 1962년 당시의 우리나라 사정은 미국의 입장에서도 많이 곤혹스러웠을 것 같다.

어쨌거나 그 말을 들은 펄 벅 여사는 케네디 대통령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고 한다.

“당신이 한국을 잘 몰라서 그래요. 지금 한 말은 미국이 다시 영국의 식민지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과 같아요.”




1962년을 살았던 미국인이라면 케네디처럼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

경제력도 형편없었고 정치는 불안했다.

원조물자를 보내면 관리들이 상당 분량을 빼먹는 나라였다.

이런 나라에 희망을 걸고 투자를 할 사람을 찾아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데 펄 벅은 어떻게 해서 한국에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뭐가 좋다고 한국인에 대한 글을 쓰고 한국을 공부했는지 모르겠다.

남들은 희망이 없다고 한 나라였는데 그녀는 무엇을 보았기에 한국이란 나라에 희망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그로부터 두 세대가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세계사에 한 획을 긋는 놀라운 기적을 일으켰다.

요즘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을 배우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는 외국인이 참 많아졌다.

무엇이 그들에게 한국을 배우게 할까?

한국에는 특별한 사람만 볼 수 있는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희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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