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8년 포르투갈의 바스코 다 가마는 아프리카 대륙의 남단에 있는 희망봉을 발견했다.
아니 희망봉을 발견한 것은 바스코 다 가마의 선배 격인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발견했다고도 한다.
역사상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어디까지나 유럽 사람들 입장에서 위대한 발견이었지 이미 그전부터 그곳에 살았던 사람도 있었다.
아프리카 대륙에 살던 사람들을 제외하고 다른 대륙의 입장에서 희망봉을 이야기하자면 바스코 다 가마보다 수십 년 전에 이미 동양인들이 이곳을 알고 있었다.
1403년에서 1433년 사이에 중국 명나라에서는 엄청난 양의 보물을 실은 함선들이 원정길에 올랐다.
그 원정대를 이끌었던 사령관은 정화이고 원정대를 파견한 황제는 영락제이다.
당시 명나라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부유한 나라였다.
그 위세를 드러내고자 영락제는 명나라가 신경을 써야 하는 나라들을 찾아보라고 한 것이다.
정화의 원정대는 무려 7번에 걸친 원정을 다녀왔는데 아시아는 물론이거니와 아프리카까지 샅샅이 살피고 왔다.
이 원정을 통해서 곳곳에서 출몰하던 해적선들을 물리치기도 했으며 여러 나라들과 조공관계를 맺기도 했다.
명나라 군대의 힘에 의해서 태평양 연안의 아시아 국가들과 인도양을 둘러싼 나라들은 안정된 환경 속에서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로마의 힘에 의한 팍스 로마나(Pax Romana) 시대가 있었다면 이 시대는 팍스 명(Pax Ming)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강력한 나라였지만 200년 후에 청나라에게 패망하고 만다.
명나라는 건국 후 고작 276년을 존속하였을 뿐이다.
명나라의 쇠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중의 하나는 명나라가 워낙 강대한 나라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너무 강했기에 다른 나라들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았고 다른 나라들의 도전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화의 원정에서 명나라는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서 명나라와 자웅을 겨룰 나라는 어디에도 없더라는 것이다.
그들은 그 사실을 발견하고 기고만장하였을 것이다.
어디 어디를 다녀왔는데 그 모든 나라들이 경제적으로도 낙후되었고 정치력도 형편없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명나라야말로 세계 최고의 나라이고 명나라 백성들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백성이라고 떠들어댔을 것이다.
조공무역을 통해서 각 지역의 귀중품들이 명나라에 들어왔고 먼 곳에서 온 사신들이 명나라의 문물들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질 때 명나라 사람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을 것이다.
만약 그때 세상을 보는 혜안을 가진 사람이 명나라에 있었다면 명나라의 몰락은 그렇게 빨리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만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눈이 어둡다.
눈앞의 것만 조금 볼뿐인데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을 한다.
만약 그때 영락제가 사람 보는 눈이 조금 더 깊었더라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었더라면 정화의 원정대를 먼 곳으로 보낼 게 아니라 조선으로 보냈어야 했다.
비록 땅덩어리는 명나라가 세계 최고였을지 몰라도 세계 제일의 인물은 조선에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강한 나라일지라도 인물이 없으면 망하고, 아무리 작은 나라일지라도 인물이 있으면 세상을 호령한다.
이게 역사의 가르침인데 영락제는 그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할아버지인 명 태조(주원장)도 가난한 농사꾼이었다.
농사꾼이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출중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영락제는 정화의 원정대를 조선으로 보냈어야 했다.
아니 어쩌면 자기가 직접 조선에 왔어야 했다.
그래서 당시 세계 최고의 인물인 세종대왕을 만났어야 했다.
그랬다면 명나라가 그렇게 쉽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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