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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28. 2022

정보의 양은 많은데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요 며칠 동안 사무실 컴퓨터와 집에 있는 컴퓨터들을 정리하고 있다.

매일 몇 시간씩 사용하는 기계이다 보니 가끔 케이스를 열어 보면 먼지가 수북이 쌓이기 일쑤다.

먼지 쌓인 채 계속 사용하면 컴퓨터가 열을 받고 컴퓨터가 열을 받으면 속도가 느려진다.

그래서 간간이 먼지를 제거해줘야 한다.

이왕 컴퓨터 케이스를 연 김에 바꿀 부품은 없는지 살펴봤다.

마음이야 이것저것 다 바꾸고 싶지만 내가 사용하는 용도에 맞게 사양을 조절하는 게 좋기 때문에 마음만 받기로 한다.

큰 차가 좋다고 해서 골목시장에 갈 때도 커다란 차를 타고 가면 불편하기만 하다.

좁다란 골목을 다닐 때는 작은 차가 훨씬 낫다.

그런 생각으로 사무실 컴퓨터와 집 컴퓨터를 보니 나름 괜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저장 공간을 더 늘리고 싶었다.

이미 250기가+1테라+1테라바이트의 저장공간을 갖추고 있는 컴퓨터들이었다.




몇 년 전에 하드디스크를 3개 장착하면서 이제는 맘껏 자료들을 저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악파일들을 잔뜩 다운받아서 저장했고, 집에 있던 CD의 음악들도 mp3 파일로 추출해서 저장했다.

오페라에 푹 빠져 있었을 때 모아두었던 오페라 영상들과 나중에 꼭 한번 보려고 했던 영화 파일들도 꽤 모았다.

그렇게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모았던 파일들을 합쳐 보니까 엄청난 양이 되었다.

2테라바이트가 거의 차 버렸다.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이번에 과감하게 하드디스크 용량을 상향시켰다.

그래서 지금은 3테라바이트가 넘는 용량을 갖추게 되었다.

전에 분산시켰던 파일들을 하드디스크 2개에 적절히 분배해서 저장시켰다.

언제 내가 이 자료들을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뿌듯하다.

이 많은 정보들을 모두 다 내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그런데 나는 안다.

내 컴퓨터에 있는 음악들을 내가 다 듣지는 못할 것이다.

영상들도 다 보지는 못할 것이다.

이 많은 정보들 중에서 단지 몇 퍼센트 정도만 내가 듣고 보고 읽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듯이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우리 동네의 맛집이 어디인지 검색해보면 수십 곳이 뜬다.

된장찌개 끓이는 방법을 찾아봐도 여러 가지가 보인다.

설마 이런 생각을 누가 했을까 하면서 찾아보면 그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 나 이외에도 여럿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고 좋아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먼저 그것을 발견했다.

내가 지금껏 몰랐을 뿐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아직 찾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요즘 세상에서의 정보는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잘 찾는 것이 되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검색하는 시대가 되었다.




옛 선비들이 오늘날의 세태를 보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될 것이다.

한 권의 책을 닳고 닳도록 읽고 쓰고 외워야 했던 그분들이 책 한 권도 읽는 둥 마는 둥 넘어가는 우리들을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바꿔서 생각하면 우리도 그분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공자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찾아보면 쫘악 나와 있다.

그중에서 내 맘에 드는 해석을 하나 골라잡으면 된다.

이게 바로 막강한 정보의 힘이다.

그런데 그것 아는가?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아무리 정보를 잘 찾아도, 그 정보대로 살지 않으면 말짱 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 옛 선비들은 정보의 양은 적었을지 모르지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삶으로 실천하며 살았다.

그런데 우리는 엄청난 정보를 누리며 살고 있지만 그 정보들을 삶으로 실천하는 데는 인색하다.

켜켜이 먼지만 쌓이는, 쓰이지 않는 정보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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