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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29. 2022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될 것 같다

   

불볕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다.

바람이 불어도 후끈한 더운 바람이다.

저녁 시간이 되었어도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어제 데워진 땅이 오늘 아침에도 안 식었는데 아침에 다시 해가 떠오르면서 열기가 가중된 것이다.

이런 날에는 잠깐만 밖에 나가도 땀이 줄줄 흐른다.

땀이 흘러서 옷이 젖으면 불쾌한 감정이 치솟는다.

어디 땀 식힐 곳이 없나 찾게 된다.

땀이 흐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땀이 흐른다는 것은 무척 좋은 현상이다.

우리 몸속의 체온이 높아졌든지 아니면 몸 밖의 외부 기온이 높아서 몸이 뜨거워지면 그 열기를 식혀야 한다.

기계도 열받으면 고장이 나듯이 사람도 열을 받으면 탈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몸이 뜨거워질 때 자동냉각장치가 작동한다.

그게 땀이다.

땀이 흘러나오면서 몸을 식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더운 날 땀을 흘리는 것은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면서 땀을 흠뻑 흘리는 것도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오히려 이 더위에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다.

더울 때는 땀을 흘리면서 덥게 지내야 한다.

땀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을 일컬어서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하는데 어감이 영 좋지 않은 말이다.

누가 나에게 “당신은 불한당 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듣기 좋겠는가?

굉장히 기분이 상할 것이다.

“난 땀 흘릴 줄 아는 사람이야!”라고 큰소리라도 칠 것이다.

살다 보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온갖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처한 환경을 부러워하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을 존경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살아간다고 하지만 사람으로서 그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 양심이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땀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다.

우리가 땀을 흘릴 때 몸속에 쌓여 있던 노폐물도 함께 흘러나온다.

그래서 땀을 흘리고 나면 속이 개운해지고 몸이 부드러워지며 소화도 잘되고 잠도 잘 자게 된다.

만약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몸속에 노폐물들이 켜켜이 쌓여서 몸 곳곳이 썩어들어갈 것이다.

그 노폐물을 빼내려고 병원에 가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땀 흘리는 것은 병원비를 아끼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

무척 자랑할 일이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양반들은 땀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아랫사람이나 하는 일이라고 치부하였다.

고종황제 때 벵커라는 선교사와 앤더슨 박사가 제중원에서 테니스 시합을 했는데, 그 광경을 지켜보던 고종황제가 “아니, 귀한 사람들에게 염천에서 땀 흘리는 일을 하게 해서야 되겠는가?

빨리 하인들을 시켜서 저 일을 하도록 하게.”라고 말했다는 우스운 일화가 전해질 정도였다.




땀은 우리가 고난과 역경의 상황을 이겨내려고 애를 쓸 때 흘러내린다.

우리가 힘써서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가 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땀 흘리지 않고 성취하려는 마음은 사기꾼의 심보이다.

우리가 얻는 소득은 다 땀의 열매이다.

한 달 월급은 한 달 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이며 일 년 연봉은 일 년 동안 흘린 땀의 대가이다.

땀 흘리지 않고 수확을 하는 농부가 없고, 땀 흘리지 않고 고기 잡는 어부도 없다.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무지막지한 땀을 흘린다.

더 나은 실력을 얻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은 프로선수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인생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처음에는 까마득해 보이던 목표들도 한 땀 한 땀 땀을 흘리다 보면 점점 뚜렷해진다.

이제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될 것 같다.

그러면 이 더위도 가고 더 좋은 것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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