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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31. 2022

욕심은 존재를 이길 수 없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의 욕망이 있다.

식욕, 성욕, 수면욕, 물욕, 권력욕 등 사람마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 욕심이 있다.

원하는 만큼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살아가면서 하나씩 욕심을 포기하게 된다.

어떤 것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고 어떤 것은 의지적으로 강한 마음을 먹고 포기한다.

그리고 외부의 힘에 의해서 거세당하듯이 포기하는 욕망도 있다.

그런데 이 여러 가지 욕망 중에서 가장 포기하기 힘든 욕망은 명예욕이라고 한다.

식욕을 누르고 몇 끼 금식할 수 있다.

건강검진받기 전에 금식하라고 하면 먹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금식한다.

수면욕을 잠재우고 며칠 동안 밤을 새우면서 일할 수 있다.

어깨가 뻐근해지고 머리가 띵하게 아프기도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잠자기를 포기하고 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명예욕은 포기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사정이 있더라도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견디지 못한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그 남기는 이름이 명예이다.

누가 뭐라든 죽으면 그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죽더라도 남들이 내 이름을 거론하며 왈가왈부하는 것을 싫어한다.

내 이름이 거론되면 좋은 말만 나오기를 바란다.

내 이름에 내 명예가 있다.

그래서 위대한 건축물을 지으면 자기 이름을 그 건축물의 어느 귀퉁이에다 적어두려고 한다.

자신이 이런 엄청난 건축물을 지은 사람임을 알리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자신의 이름을 읽어볼 때마다 자신을 존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역사 이래 처음으로 하나의 대륙을 너머 대 제국을 형성하였다.

이런 위대한 일을 했으니까 그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정복한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본 따서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만들기도 했다.




어떤 왕은 사람들의 손에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이 쥐어지기를 원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할 것이고 존경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북쪽에 있는 북조선인민공화국에서는 김씨 권력자들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서 각 가정마다 집 안에서 잘 보이는 쪽에 걸어놓게 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것이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세자로 책봉되는 순간 이름을 바꿨다.

그때 세자와 같은 이름을 지닌 조선 팔도의 백성들은 무조건 이름을 바꿔야 했다.

그 이름은 오직 왕이 될 사람만 쓸 수 있는 이름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존경을 받을 수 있었다.

어디에 가더라도 왕의 이름을 대면 무사통과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름 세 글자에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만약 자신의 이름이 무시당하고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면 왕은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을 존경하지 않는 처사로 보고 그들을 살려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훌륭한 사람들도, 위대한 왕들도 이름 몇 글자 남기고 다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이 그렇게 애지중지했던 명예도 시간이 지나면 후대의 사람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크고 위대한 일을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힌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며 명예가 더럽혀지느니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때로는 명예가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소중하게 대했던 명예도 다 지나간다.

잠깐 내 곁에 있다가 사라진다.

과거의 화려했던 영화와 영광도 다 사라지고 만다.

고려의 충신 길재가 남긴 시조처럼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곳 없는 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다면 명예욕 때문에 다른 것을 희생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내가, 지금, 여기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욕심은 절대로 존재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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