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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취하다
하나님은 나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셨다
by
박은석
Aug 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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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언젠가 대통령 취임식 때 임형주라는 가수가 애국가를 불렀는데 그 목소리가 마치 천상의 소리 같았다.
성악가인 것 같은데 팝송 가수인 것 같기도 하고 분명 성인인데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그 목소리에 매료되어서 임형주 음반을 한동안 듣고 다녔다.
그러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오페라 가수가 성악 창법으로 팝송을 부르는 것을 ‘팝페라’라고 불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 팝송도 아니고 오페라도 아닌 이런 음악을 하는 가수들은 누가 있나 살펴봤었다.
그때 내 눈에 확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안드레아 보첼리라는
이탈리아 가수였다.
왜 이 사람이 눈에 들어왔냐면 그가 맹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맹인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그를 보면 살짝 눈을 감은 얼굴 표정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잘생겼다.
그리고 그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면 그냥 빨려 들어간다.
이런 사람을 보면 세상이 참 불공평한 것 같다.
얼굴도 잘생겼지, 노래도 잘하지, 왠지 성격도 좋고 인간성도 훌륭할 것만 같다.
그래서 안드레아 보첼리를 좀 더 알아보려고 뒷조사를 좀 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원래부터 맹인은 아니었다.
물론 시력이 좀 약하기는 했지만 보통의 아이들처럼 성장했다.
그런데 열두 살 때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눈을 다쳐서 시력을 잃은 것이었다.
멀쩡하게 잘
보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마음의 상심이 얼마나 컸을까?
세상이 원망스러웠을 것 같다.
그런데 그는 시력을 잃고 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시력을 잃은 것을 슬퍼하는 데는 일주일이면 충분했습니다.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자 슬픔을 이길 수 있었고, 현재의 상황을 인정하며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이런 상황마저도 감사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엄청난 사고인데 안드레아 보첼리는 자신이 다친 것을 단순한 사고라고 하였다.
비극이라면 비극일 수 있는데 그것이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시력을 잃고 난 뒤에 그는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 퇴근 후에 한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입소문이 났고 마침내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다.
1996년 11월 17일 독일의 라이트 헤비급 세계챔피언 헨리 마스케의 은퇴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사라 브라이트만이라는 여성 가수가 보첼리의 손을 잡고 등장했다.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맹인 가수가 어떻게 노래를 부를지 의아해했다.
드디어 전주가 울려 퍼졌다.
사라 브라이트만이 첫 소절을 부르고 이어 보첼리가 다음 소절을 불렀다.
지금도 회자되는 그 유명한 <Time to say goodbye>였다.
비록 은퇴 경기에서 헨리 마스케는 판정패를 당했지만 2만 명이 넘는 관중들은 그를 위해 다시 한 번 <Time to say goodbye>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이 노래는 독일 음반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유럽을 거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이름이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는 날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보첼리가 어느 날 자신의 신앙심을 담아 고백한 말이 있다.
“하나님은 저에게 눈 대신에 목소리로 축복해 주셨습니다.”
보첼리의 말을 마음에 곱씹어 본다.
하나님은 나에게 다른 사람들과 같은 조건으로 축복하지 않으셨다.
다른 사람에게 많이 있는 것을 나에게는 조금만 주셨다.
그것만 봤을 때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조금밖에 없지만 나에게는 많이 주신 것이 있다.
사실 이것도 불공평하긴 불공평한 일이다.
나에게 엄청난 특혜를 주신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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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경기장에서의 영상이 너무 흐릿해서 다른 영상으로 한번 감상해 보세요.
안드레아 보첼리 & 사라 브라이트만의 <Time to say Goodbye>
https://youtu.be/qjzJYa7tHLs
https://youtu.be/4L_yCwFD6Jo?list=RD4L_yCwFD6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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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보첼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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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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