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

by 박은석


어떻게 하면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

세상이 요동치는 것 못지않게 마음이 요동친다.

이 정도쯤이야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을 했는데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정신을 못 차린다 마음을 잡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대쪽 같은 기개를 지닌 줄 알았다.

불의를 보면 타협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서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줄 알았다.

어려서부터 공자님과 맹자님의 말씀을 배우고 그 말씀들을 줄줄 외고 다녔으니까 그 가르침대로 살아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게 살아간 선비도 있고 그렇게 살지 못한 선비도 있었다.

그러니까 가르침이 좋다고 해서 삶이 그 가르침대로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기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어디에서나 자기들이 세워놓은 질서와 도덕과 윤리를 가르친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기독교 세계에서 성인의 위치에 오른 어거스틴이란 인물이 있다.

어려서부터 인생의 진리를 찾았던 그는 마니교라는 이상한 종교에 심취하기도 했었다.

결혼하기 전에 아들을 낳을만큼 방탕하게 살기도 해다.

똑똑한 아들이 인생을 막 산다고 여겨질 때 그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어거스틴의 어머니 모니카는 허구 한 날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눈물의 기도를 드리는 어머니가 있는 아들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생겨났다.

어쨌거나 이 어거스틴이란 사람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수선한 삶을 정리하고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기독교에 귀의해서 신앙심도 많이 키웠다.

하지만 그가 변했다고 해서 그의 주변 사람들까지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친구들은 여전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럴 때 우리는 내 꿈과 이상을 위해서 살 것인지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 살 것인지 딜레마가 생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어거스틴에게 친구가 찾아와서 경기장에 가자고 꼬셨다.

로마의 콜로세움 같은 원형경기장이었는데 너무 재밌는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극장 구경을 즐겼었다.

하지만 어거스틴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극장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그를 친구들이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결국 어거스틴은 두 손을 들고 경기장에 가기로 했다.

어거스틴은 경기장에 가서 눈을 감고 깊은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면 자신의 신념도 치킬 수 있고 친구들과의 우정도 지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극장에 간 어거스틴은 옆에 앉은 친구에게 자신은 경기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경기가 진행되든 말든 자신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떠한 유혹이 몰려와도 자신의 신념을 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이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니까 충분히 그렇게 지낼 줄 알았다.




어거스틴은 <참회록>에서 그날의 기억을 부끄러운듯이 고백하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었다.

옆에서 떠들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지나니까 감았던 눈을 떴고 막았던 귀를 열었다.

그리고 함성을 외치면 공연에 열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성자의 반열에 오른 어거스틴도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지키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이야 얼마나 쉽게 무너져내릴까?

내가 좋아하는 엘지 트윈스의 야구를 보다가도 선수들이 좀 못하면 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람이다.

마음을 지키기는 커녕 마음을 무너뜨리는 게 나의 전공인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일에도 장담을 하기가 어렵다.

오늘의 나도 잘 모르는데 내일의 나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실컷 욕을 했던 사람의 모습이 어쩌면 나의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점점 더 조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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