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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08. 2022

지구가 우리를 혼내는 것 같다

 

올해 들어서 유난히 기후변화에 대한 뉴스를 많이 듣고 있다.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는 폭염이 이어지고 어느 지역은 만년설이 녹았으며 어느 지역은 홍수가 나고 또 어느 지역은 사막에 눈이 내렸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가장 큰 화제가 된 뉴스는 유럽의 폭염일 것이다.

세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대다수 몰려 있는 유럽에서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도 엄청나서 여기저기서 지구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굳이 성경에서 말하는 최후의 심판 때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시대에 지구가 멸망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기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모여서 회의할 때는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자고 하는데 자기 나라로 돌아가 보면 줄일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언젠가 국제회의에서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 중국과 인도를 향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쏟아져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 인도의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서 한마디 했는데 그 후부터는 더 이상 인도나 중국을 이산화 탄소 배출국으로 지목하지 않고 있다.

그때 인도 대표가 한 말은 간단했다.

지금 지구가 이렇게 병들어 있는 게 누구 잘못이냐?

인도 때문이냐 아니면 지금까지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지구를 파헤친 자칭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 때문이냐?

이산화탄소 배출을 인도가 많이 한다고 하는데 인도는 인구가 10억 명이 넘는 나라다.

나라 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얘기하지 말고 인구 한 명당 어느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따져 보자.

총배출량으로 따지지 말고 그 나라의 인구를 감안해서 평균 배출량으로 따져 보자.

아무도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던 것은 그 말이 맞기 때문이었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그 기간에 인간의 평균 수명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웬만한 질병은 치료만 잘 받으면 고칠 수 있게 되었다.

식량 생산이 증가하여 하루 세 끼 식사가 일반화되었다.

복잡한 계산은 컴퓨터가 해 내고 힘든 일은 로봇이 대신한다.

달나라를 넘어서 화성으로 또 태양계 밖으로까지 탐사를 하고 있다.

인간 유전자 지도를 판독하고 복제 생명체를 만들어 내었다.

인간이 생명을 창조하는 신의 경지에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고 지구를 다스리고 우주를 다스리는 시대가 되었다고 자화자찬하였다.

그런데 축포를 터뜨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에게 늘 다정다감하게 잘 대해주었던 지구였다.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이면 추수를 하게 하고 겨울이면 쉬게 해 주었던 지구였는데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지구가 무슨 심술꾸러기같이 툭하면 인간들을 공격하는 것 같다.

애써 농사짓는 땅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휴양지를 물바다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물이 말라서 못 살겠다고 하고 한쪽에서는 홍수가 나서 못 살겠다고 한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땅이 꺼지기도 하고 화산이 터지기도 한다.

지구촌 어딘들 안전한 데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잘못했다고 무릎을 꿇고 싹싹 빌면 용서해주려나?
당분간은 용서해주지 않을 것 같다.

우리도 남이 나에게 용서를 빈다고 곧바로 괜찮다고 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

내 안의 분노가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구도 그런 것 같다.

지금 단단히 화가 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했다고 빌어도 꿈쩍도 안 할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을 지나야 그 분노가 풀릴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우리가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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