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컴퓨터 부품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

by 박은석


컴퓨터가 상태가 안 좋아서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결국 수리센터에 보냈다.

메인보드가 고장이 났다는 연락이 왔다.

그러면 그렇지.

내 실력으로 아무리 살펴보아도 알 수가 없는 이유가 있었다.

거금을 들이고 메인보드를 교체했다.

다른 부품들은 이상이 없는지 확인도 했다.

새로운 몸통을 입었으니 옷치장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케이스도 바꿨다.

겉으로 봐서는 완전히 새 컴퓨터가 되었다.

이제 슬슬 작업을 해 볼까 했는데 갑자기 컴퓨터가 먹통이 됐다.

대략 난감한 일이 발생했다.

뭔 문제가 또 생긴 것일까 다시 뒤적거려보았다.

그랬더니 또 정상 작동이 되었다.

아무 문제없구나 생각했는데 다음날 또 먹통이 됐다.

그리고 또 작동이 되었다.

그러기를 3일째다.

사람도 몸에 이상 증세가 3일 연속 나타나면 병원에 가듯이 컴퓨터도 병원에 보내야 한다.

수리센터 사장님도 자존심이 걸린 일이라 꼼꼼하게 살펴주셨다.




컴퓨터에 이상이 있는 경우는 몇 가지 안 된다.

메인보드, 메모리, CPU, 파워서플라이 그리고 하드디스크이다.

그 외에도 케이블이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정도를 체크해 보면 점검사항은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사장님이 신경을 써서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에는 이상 없다고 여겼던 부팅디스크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SSD라는 놈인데 그 내부에서 파일이 꼬였는지, 물리적인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문제 요소가 있다고 메시지가 떴다.

귀찮은 작업을 피하고 편히 가려고 했는데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밀어야 한다.

싹 포맷하든지 SSD를 새롭게 구매해서 윈도우즈를 설치하고 프로그램들도 깔아야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일일이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까는 게 영 귀찮은 일이다.

수리 센터 사장님에게 SSD를 좋은 놈으로 바꿔서 설치해달라고 했다.




이번 기회에 아예 컴퓨터를 새로 바꾸는 게 어떠냐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부품 한두 개의 문제인데 그것 때문에 통째로 바꾸기에는 너무나 아깝다.

단순히 가격의 문제만은 아니다.

물론 기계도 오래되면 노후되니까 부품 한 개가 망가졌으면 순차적으로 다른 부품들도 하나씩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몸이 망가진다.

한 군데를 수술하고 시술한다고 해서 젊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생 부품 수리를 하듯이 평생 아픈 몸을 고치면서 살아간다.

내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메인보드와 SSD의 문제로 판명났지만 다음번에는 어디에서 문제가 불거질지 모른다.

내가 바라기는 비용이 많이 나가는 CPU는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이다.

하지만 내 바람과 달리 CPU가 망가지더라도 나는 CPU를 바꾸면 바꾸지 컴퓨터를 통째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거대한 컴퓨터라고 생각해 보면 내 생각을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사람 하나 잘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속한 조직을 싹 없애버리는 것을 나는 바라지 않는다.

고쳐서 쓸 수도 있으면 고쳐서 쓰고 바꿔서 써야 한다면 바꿔서 쓰는 것을 바란다.

통째로 바꾸는 것이 일부분만 바꾸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라고 할지라도 지킬 수 있는 것은 지키고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리고 싶다.

“나는 아직 멀쩡합니다. 일할 수 있습니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기가 쉽지 않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도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일일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지 조직에 잘 맞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망가진 컴퓨터라고 하지만 그 부품들을 버리지 못하고 아끼는 이유가 있다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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