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Aug 22. 2022

옛사람의 가르침에서 글쓰기의 자세를 생각한다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의 책을 좋아해서 그 선생이 쓴 책은 가능하면 다 읽어보려고 한다.

그는 동양고전의 주옥같은 글귀들과 조선 선비들의 학문하는 자세를 소개하면서 많은 가르침을 준다.

선생의 책 중에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라는 책이 있다.

네 글자로 된 귀한 가르침들을 모은 책이다.

그 책 내용 중에 작문오법(作文五法)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이 있다.

좋은 글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요소에 대한 설명이다.

명나라 원황이 <간생에게 주는 문장에 대해 논한 글>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를 꼽았는데 그 내용이다.




첫째는 존심(存心)이다.

즉, 마음을 간수하라는 것이다.

글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이 초라하면 글도 초라하고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이 여유로우면 글에서도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이 답답한 상태에서 글을 쓰려면 글의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단어와 단어가 막히고 문장과 문장이 막혀서 답답한 글이 된다.

반면에 편안한 마음 상태일 때는 글이 슬슬 쓰인다.

그래서 글을 보면 글쓴이의 마음 상태도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잘 간수해야 한다.




둘째는 양기(養氣)이다.

즉, 기운을 배양하라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야 한다.

기운이 없으면 글도 힘이 빠지고 기운이 넘치면 글도 힘이 넘친다.

글 쓰는 일은 책상에 앉아서 끄적이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엄청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한 문장의 글을 짓기 위해 밤을 새워야 할 때도 있다.

체력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좋은 글은커녕 글 자체를 쓸 수가 없다.

육체적으로도 그런데 정신적인 기운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잘 유지하고 기력을 키워야 한다.




셋째는 궁리(窮理)이다.

즉, 이치를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이치가 분명하면 표현이 명확하지만 이치가 분명치 못하면 표현도 어수선하다.

한 편의 글에는 잘 짜인 논리 전개가 있어야 한다.

서론, 본론, 결론이 마치 한몸처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도 서로 잘 맞게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글쓰기에 있어서 이치는 주인이고 표현은 하인과 같다.

하인은 주인의 명령에 따르므로 이치인 주인이 정밀하면 하인인 표현도 정밀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이치를 분명히 하도록 궁리해야 한다.




넷째는 계고(稽古)이다.

즉, 옛글을 익혀 자기화하는 것이다.

지혜의 왕이라고 불리는 솔로몬은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노래했다.

과거의 일들은 폐기처분할 게 아니다.

과거는 현재를 있게 한 힘이며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글의 수준은 옛글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옛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溫故知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옛글을 많이 읽는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옛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다섯째는 투오(透寤)이다.

즉, 깨달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깨닫지 못한 내용을 쓸 수가 없다.

비록 문자는 그렇게 나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글이라고 할 수 없다.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의 생각이 들어 있다.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글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만 쓴다고 한다.

작가가 직접 경험하면서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면 그 글을 읽는 독자도 마치 자신이 지금 경험하는 것처럼 그 글 속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사람은 끊임없이 깨달음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삶은 일시적인데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