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Aug 23. 2022

나 같은 사람도 성인(聖人)이 될 수 있을까?


기독교 역사에 있어서 성인(聖人) 혹은 성자(聖者)라 불리는 인물들이 여럿 있다.

신앙과 삶에 있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본이 되고 높은 경지에 이른 인물들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 앞에 거룩할 성(聖, Saint) 자를 붙여서 존경을 표시한다.

성 어거스틴, 성 프란시스코, 성 도미니크, 성 안토니오 등이 그렇다.

그들처럼 열심히 믿음을 지키고 살면 성인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입으로나 행동으로 죄를 짓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심지어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도 철저하게 회개하려고 하였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어렸을 때 툭하면 고해성사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루터가 고해성사를 하려고 하도 자주 찾아오니까 한번은 신부님께서 루터에게 “그렇게 죄를 하나씩만 가지고 오지 말고 한꺼번에 모아서 가져오면 어떻겠니?”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성인의 위치에 오르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죄를 고백하여 그 죄를 씻어야 하는데 루터로서는 기껏 고해성사를 하고 나서 기분 좋게 예배당을 나왔는데 또 죄를 짓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이런 사람이 루터 한 사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죄를 자주 짓지?’

‘설마 내 전공이 죄짓기인가?’

이렇게 별의별 생각을 다 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죄를 짓는 이유, 죄와 친한 이유는 자신의 본성이 죄투성이 인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아니면 자신의 본성은 굉장히 선한데 자신을 둘러싼 이 세상이 악하기 때문에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 악한 죄에 전염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동양에서도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는 맹자의 성선설(性善說)과 본성은 악하다는 순자의 성악설(性惡說)이 첨예한 대립을 이루었다.

어쨌거나 지금 현실에서는 자신이 악한 상태이므로 빨리 그 악에서 벗어나려 했다.




성선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흔히 어린 아기를 보여주면서 “저 천사와 같은 어린 아기가 악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 물음에 아기가 악하다고 대답할 수 있는 맨정신의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위대한 성 어거스틴이 아기도 악하다는 주장에 한 표를 던졌다.

그의 유명한 책 <참회록>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어느 날 어거스틴이 갓난아기에게 젖먹이는 여인을 보았다.

오늘날에는 흔치 않지만 1600년 전 어거스틴의 시대에는 지구촌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한참 젖을 빨아먹던 아기가 갑자기 엄마 젖을 꽉 깨물었다.

그 순간 아기 엄마는 “악!”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내가 직접 젖을 먹인 적이 없어서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한다.

세상 모든 남자는 모르는 아픔이다.

어렸을 때 동네에서 그런 비슷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때 어떤 엄마들은 아기에게 화를 내면서 볼기짝을 찰싹 때리기도 했었다. 



    

하여간 그때 어거스틴이 보니까 그 아기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자기가 엄마를 심하게 괴롭혔는데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척 능청맞게 실실 웃고 있던 것이다.

그 아기의 모습을 보면서 어거스틴이 “저것이 바로 죄로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죄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아기들이 손에 뭔가를 쥐기 시작할 때 아기에게 손에 쥔 것을 좀 달라고 하면 절대 안 준다.

손을 뒤로 감추면서 없다고 한다.

과연 손을 뒤로 감추는 것은 누가 가르쳐줬을까?

엄마가 가르쳐줬을까?

없다고 하는 거짓말은 아빠가 가르쳐줬을까?

엄마나 아빠에게 물어보면 서로 자기가 안 가르쳐줬다고 한다.

아기 때문에 엄마 아빠 사이만 틀어진다.

이처럼 인간은 태어나면서 죄를 가지고 오며 살아가면서 더 많은 죄를 짓는다.

그러니 나 같은 사람이 죄를 털어버리고 성인이 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옛사람의 가르침에서 글쓰기의 자세를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