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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16. 2022

삶은 일시적인데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방학이 끝났다.

더불어 내 휴가도 끝났다.

방학을 시작할 때, 휴가를 시작할 때는 그 시간이 꽤 오래갈 것처럼 여겼는데 금방 끝이 났다.

방학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날을 받은 것은 금방 지나간다.

신랑신부가 날을 받으면 언제 그날이 오려나 하지만 금방 결혼식날이 다가온다.

군입대한 아이들이 훈련소를 거쳐 자대에 배치되면 언제 전역할 날이 오려나 하는데 한 번 휴가 가고 두 번 휴가 가면 전역할 날이 코앞이다.

영원히 지옥 같은 날이 이어질 것 같은데 숨 몇 번 쉬면 그런 날들도 지나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일들은 다 시간의 한계 속에 있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끝날 때가 있다.

영원히 지속되는 일은 없다.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해서 아버지를 거쳐 나에게 이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치는 날이 있다.

나의 대에서 그칠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아들의 대에서 그칠 수도 있다.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유한한데 사람에게 닥치는 일이 무한할 리가 없다.

우리가 맞이하는 인생의 문제들은 모두 다 유한한 것들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결되고 사라진다.

지금 당장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삶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봄에 눈 녹듯이 사라질 것이다.

천하장사처럼 힘자랑을 하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누가 돌봐줘야 하는 가련한 인생이 된다.

한때는 나를 괴롭히는 원수 같은 사람이었지만 세상이 바뀌면 내 밑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지금 꽤 괜찮아 보이는 것들도 언젠가는 사라진다.

많이 공부했어도 다 잊어버리는 망각증을 겪기도 한다.

온갖 부를 긁어모았어도 다 빼앗기기고 잃어버리기도 한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나 가수들을 만나기는 하늘 별 따기 같다.

가까이 가려면 경호원들부터 물리쳐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미사리 카페에서 동네 아저씨 아줌마처럼 쉽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삶의 모든 일은 시작할 때가 있고 점점 성장해서 절정을 찍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서서히 소멸된다.

이 생장곡선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담대히 말할 수 있다.

인생사의 모든 일들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말이다.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겪는 모든 일들은 잠깐 있다가 사라지는 것들이다.

오랫동안 유지될 것 같았던 천년 제국도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갈래로 나뉘고 역사 속에서 그 자취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마트에서 갓 사 온 물건은 반짝거리며 튼튼해 보이지만 몇 년 지나면 빛이 바래고 이가 나가고 부서진다.

학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지식이라며 대단하게 떠받드는 이론과 학설들도 조금 지나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고난이도의 기술을 개발했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평범한 기술이 되고 만다.




모든 것들이 다 한계가 있고 일시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안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마치 하나님이 우리를 그런 환경 속에 가두어버린 것 같아서 기분 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놀라운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슬픔과 고통과 아픔들도 일시적인 것들이다.

그것들도 조금 지나면 다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조금 느긋하게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지금대로 살고 미래에는 미래대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삶의 모든 것들이 일시적이니까 그 삶을 맞닥뜨리고 있는 나 자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살아야 할 삶에서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역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삶은 일시적인데 내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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