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사소한 일로 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다.
고려의 서희 장군은 한반도 북쪽에서 엄청난 세력을 키운 거란과의 외교적 담판을 벌였다.
군사력으로는 고려가 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고려의 백성들은 북쪽 땅의 일부분을 거란에게 뺏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회담 결과 땅을 빼앗기기는커녕 오히려 강동 6주의 넓은 땅을 확보하였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찬란한 외교적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서희 장군 같은 사람이 100년에 한 명씩만이라도 나왔다면 아마 우리나라의 영토는 광개토대왕이 그려놓은 고구려 때의 지도보다 더 넓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어쩌다 가끔 나오는 일이다.
오히려 사소한 일 때문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 속담에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고 했는데 그런 경우가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십자군 전쟁 당시 오스만의 군사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영국의 리처드 왕이 있었다.
사자의 심장을 가졌다고 해서 사람들은 그를 ‘사자심왕(The Lion Heart)’이라고 불렀다.
굉장히 용기 있고 대범한 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리처드 왕은 어느 농부가 발견한 보물을 샬뤼 성의 영주인 아샤르가 가로챘다는 말을 들었다.
리처드 왕은 그 보물을 자신에게 바치라고 했지만 아샤르는 그 명령에 거부했다.
그 말을 듣고 격분한 리처드 왕은 군사를 이끌고 샬뤼 성을 포위했다.
당시 샬뤼 성의 군사는 100명도 안 되었다고 한다.
충분히 말로 해결할 수 있었는데 리처드 왕은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때 성을 지키던 병사 하나가 쏜 화살이 리처드 왕의 어깨에 맞았다.
그리고 그 상처가 감염되어 리처드 왕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영웅 중의 영웅이었지만 한순간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어처구니없는 최후를 맞이하고 말았다.
리처드 왕을 비판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리처드 왕과 같은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데 어떤 때는 욱하는 감정이 치솟는다.
그럴 때, 심호흡 한 번 하고 참으면 되는데 나도 내 감정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소리를 지르면서도 내가 왜 이럴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한번 소리를 지르고 폭발시킨 감정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
오히려 그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듯이 달려든다.
내가 인격이 형편없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나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도 오십 보 백 보였다.
오죽했으면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나는 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사람들도 있다.
목숨을 걸 정도라고 한 걸 보니 사소한 것이 사소하지 않게 여겨진다.
사소한 것은 사소하게 여겨야 한다.
그러려면 감정이 치솟을 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태도를 지닐 필요가 있다.
일단은 ‘휴!’하고 심호흡을 크게 한 번 내뱉고 살짝 거리를 두고서 다른 각도로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런 태도를 ‘메타무드(Meta-Mood)’라고 한다.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점검해 보는 것이다.
자신이 지금 기쁜지, 슬픈지, 용서하고 있는지, 분노하고 있는지를 먼저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면 그 감정을 긍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충돌을 막고 충격적인 상황을 부드럽게 흡수하여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다.
메타무드로 살짝 여유를 가져보면 큰일이라고 놀라고 흥분했던 일들이 사실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니 조금만 시간을 두고 생각의 여유를 두자.
메타무드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러면 사소한 것은 사소한 대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