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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01. 2022

너무 바빠서 책을 읽습니다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댔었다.

정말 내가 바쁘게 일하고 바쁘게 사는 줄 알았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일에 빠져 지내는 동안에 지혜도 생기고 지식도 생긴다고 생각했다.

모두 착각이었다.

책 읽기 운동을 펼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몰랐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

시간이 많다면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여러 곳을 둘러본다거나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나보다 더 깊이 생각해 본 사람, 나보다 더 깊이 둘러본 사람의 말을 들으면 된다.

그 말들이 책 속에 들어 있다.

책 읽기 운동을 하다 보니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아주 유치한 핑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쁘면 바쁜 대로 책을 읽으면 되고 여유가 있으면 여유 있는 대로 책을 읽으면 된다.




몇 년 동안 내 책 읽기의 패턴을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휴가철이나 명절 연휴처럼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도리어 책을 적게 읽는다.

이런 패턴을 한번 깨뜨려보려고 시도도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많으니까 조금만 더 놀다가 나중에 읽자고 하는 심리적인 게으름이 생기는 것 같다.

지난 8월도 그랬다.

긴 휴가기간 동안 책 읽기의 피치를 올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그게 안 되었다.

오히려 책 읽기의 긴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월까지 달려온 가속도가 붙어서 그런지 한 달 목표량인 25권은 그럭저럭 채울 수 있었다.

이런 나의 패턴만 봐도 바쁘게 지내기 때문에 책을 못 읽는다는 말은 설득력을 잃는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하루에 1시간 정도의 거리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책 읽기에 가장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루 2시간은 책 읽을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혼잡하고 피곤한데 그 시간에 어떻게 책을 읽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렇게 바쁘다고 하고 피곤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전날 시청하지 못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있든지 아니면 게임을 하든지, 유튜브를 보든지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속에서도 그 시간에 유유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책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출퇴근길에 책 읽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출퇴근 거리가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나로서는 그 시간이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출퇴근길의 독서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으면 책 읽어주는 TTS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이런 자투리 시간이 모이고 모이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된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책 읽기 시간을 얻게 된다.




책은 눈으로 봐야만 하고 손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접어야 한다.

우리가 처음으로 책을 접했을 때는 눈으로 읽고 손으로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그저 옆에서 읽어주는 것을 들었다.

부모님이 읽어주었고 우리는 그냥 들었다.

책 읽기는 듣는 데서 시작한다.

언젠가 내 눈이 흐려져서 인쇄된 글자가 희미하게 보일 때가 올 것이다.

그때 나의 책 읽기는 당연히 듣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을 들으면 듣는 순간 잊어버리지 않느냐고 물어볼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자기 눈으로 책장을 넘기면서 본 책의 내용은 얼마나 기억할까? 책장을 덮는 순간 거의 다 잊어버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가랑비 내릴 때 비 맞는 것처럼 아주 조금 기억에 남는다.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 흘려듣는 것 같지만 그중 몇 줄은 마음에 새겨진다.

눈으로 보든지 귀로 듣든지 어떻게든 책을 가까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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