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옛날 일들을 생각할 때가 있다.
국민학생 때의 일들도 생각나고 중고등학생 때의 일들도 생각난다.
그래도 대학생 때를 비롯한 20대의 일들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옛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가운 사람들이 등장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일들을 떠올리면 생각 속에서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된다.
분명히 그때는 조마조마했고 두려웠는데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안 좋았던 일조차도 좋은 추억거리로 자리매김한다.
힘들었던 시절들도 시간이 지나면 빛바랜 수채화처럼 그 고통의 흔적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내 생각 속에 깜빡거린다.
그래서 더 멋있게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면 어느 한순간이라도 만만했던 때는 없었다.
나름대로 다 힘든 날들이었다.
어떻게 그 시간들을 견뎌냈는지 모르겠는데 어떻게든 견디다 보니까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과거의 힘들었던 시간들을 견뎌낼 때 내 마음속에는 자리 잡았던 것 한 가지가 있다.
그건 바로 미래에 대한 꿈이었다.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으로 시작하는 그 꿈들이 나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사실 막연한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
어제의 꿈과 오늘의 꿈이 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꿈이 무엇이든지 간에 꿈이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국민학생 때 할머니와 함께 밭에서 김매기를 하고 있는데 머리 위로 비행기가 날아갔다.
그 순간 나중에 어른이 되면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가서 살아야겠다는 꿈을 꾸었다.
밭에서 농사지으며 살지 않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 꼬맹이의 막연했던 꿈이 언젠가 현실화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비행기 타고 멀리 와서 살고 있다.
당연히 밭에서 김을 매는 일은 최근 20년 동안 해 본 적도 없다.
가만히 지금 내가 누리는 나에게 환경을 생각해 보니까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환경이다.
하루에 버스 몇 대 지나가는 게 고작인 시골에서 살았다.
버스 차장의 “오라이 오라이!” 외치는 말이 좋아서 나도 그렇게 한번 외치고 싶었다.
내가 자동차를 운전하게 될 줄은 꿈도 못 꿨다.
우리 마을에 초인종이 있는 집이 한 채 지어졌을 때는 그 초인종을 누르고 재빨리 도망쳤기도 했다.
내가 사는 집에 초인종 기본으로 설치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높은 빌딩에 가면 출입문이 회전문이고 엘리베이터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회전문에 한번 들어가서 문짝을 밀지 않아도 들어가고 나가는 일을 해 보고 싶은 게 꿈이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내가 가고 싶은 층의 버튼을 마음껏 눌러보고 싶은 게 꿈이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 혼자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을 때 모든 층의 버튼을 다 눌렀던 적도 있다.
꿈치고는 너무 소박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적 같은 일이다.
일단 꿈이 현실화될 때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꿈이 현실화되기까지의 그 힘든 시간들도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지나온 날들을 기억하면서 그때의 꿈들을 생각해 보면 오늘의 나의 삶이 엄청난 축복이란 것을 인정하게 된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아주 자연스럽게 내 꿈들이 실현되었다.
어쩌면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들이 나에게 실현된 꿈을 선물로 주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면서 저절로 나에게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을 맛보게 해 준 것이다.
누구에게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참 감사할 일이다.
이렇게 오늘을 보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다.
지금은 그 꿈이 캄캄해 보이더라도 어찌어찌 실현될 것이다.
내가 견디다 보면 꿈이 현실화되는 기적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