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희망의 길을 걸어가는 첫 사람이 될 것이다

by 박은석


두 달 전 여름이 시작될 때였다.

몇 날 며칠 동안 매스컴에서는 이번 여름이 100년 만에 찾아오는 불볕더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사진과 영상도 보여주며 단단히 각오하라고 했다.

덜컥 겁이 나서 우리 집 에어컨을 한 대 더 장만해야 하나, 아니면 용량이 큰 것으로 바꿔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선풍기를 여분으로 더 준비해서 견뎌보자고 했다.

더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7월에는 정말 더웠다.

8월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제 이 더위가 물러가고 시원한 가을이 오려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큰비가 몇 번 오더니만 가을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

물론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따갑다.

그런데 100년 만에 찾아온 더위라고 하기에는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과연 기상 예측을 제대로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혹시 에어컨 제조업체에서 입김을 넣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난여름의 더위가 별것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실 그 당시에는 정말 더웠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어서 지나간 일들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억을 잘 못할 뿐이다.

우리만 더웠던 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더웠다.

유럽에서는 더위 때문에 자연적으로 발생한 산불도 많았다.

전기 수요를 충당하기 힘든 상태까지 갔던 나라들도 있다.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앞으로 큰일 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견디다 보니까 견뎌졌다.

시간은 흘렀고 계절은 바뀌어서 가을이 되었다.

지금은 매스컴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뉴스를 내보내지도 않는다.

걱정도 되었고 두렵기도 했는데 어느덧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다.

사람이란 존재가 참 이상하다.

제아무리 힘든 상황도 지내다 보면 적응이 되고 적응이 되면 견뎌진다.




2020년 2월부터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랬다.

처음에는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

온 나라가 공포의 도가니 속에 빠진 것 같았다.

길을 걷다가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애써 피하려고 했다.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약국 문 열기 전부터 줄을 서기도 했다.

사람은 서로 모여서 살아야 하는데 모여서는 안 된다며 강제적으로 거리를 두게 했다.

하지만 공권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나부터가 사람들과 떨어지려고 했다.

시시각각 증가하는 확진자 숫자를 보면서 우리의 몸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내 차례는 언제일까?’ 걱정을 했고 ‘과연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희망은 있을까?’하는 고민을 했었다.

어떻게든 하루하루를 버텨낸다는 심정으로 견뎌왔다.

내 주변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여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두려움이 사라졌다.

뭔지 모를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희망은 우리가 가지려고 한다고 해서 가져지는 것도 아니고 잡으려고 한다고 해서 잡히는 것도 아니다.

희망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안 보이고 안 들리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쉰은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희망은 마치 길과 같은 것이다.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걸어갔고 그 뒤를 또 한 사람이 걸어가면서 길이 생기는 것이다.

희망도 이와 같은 것이다.”

라고 하였다.


처음에 걸어간 사람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러나 그가 걸어갔기 때문에 두 번째 걸어간 사람은 조금 덜 두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걸어간 사람은 마음이 많이 놓였을 것이다.

오늘 내 삶에 두려운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희망을 만들기 위한 환경이라고 생각하자.

내가 그 희망의 길을 걸어가는 첫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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