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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5. 2022

오래 산다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중국의 그 넓은 땅을 최초로 통일한 왕은 영정(嬴政)이라는 이름의 사나이다.

이름이란 본래 다른 사람과 구별해서 부르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절대 권력자는 다른 사람과 구별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절대권력자는 오직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부를 때는 황제 폐하(陛下)라고 부르라고 했다.

폐하는 내가 섬돌 즉 계단 아래에 있다는 뜻인데 ‘나는 당신이 있는 계단 아래에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까 그는 모든 사람들을 일단은 자신보다 몇 계단 아래까지만 오게 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말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말로 치면 ‘저’나 ‘제’ 혹은 ‘나’나 ‘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그 대신에 ‘짐(朕)’이라는 말을 썼다.

그때부터 ‘짐(朕)’이라는 말은 절대권력자 외에는 절대 쓸 수 없는 말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권력자가 바로 진시황제다.




진시황제라니까 마치 그 말이 사람의 이름인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진시황제는 이름이 아니라 직함이다.

‘진나라의 첫 번째 황제’라는 뜻이다.

이제 황제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갖는 말이다.

영정(嬴政)은 자기가 최초의 황제니까 자기 아들은 두 번째 황제인 이(二) 황제가 될 것이고 자기 손자는 세 번째 황제인 삼(三) 황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도량형을 통일하고 화폐를 만들었으며 변방의 오랑캐를 방어하기 위해서 만리장성을 쌓았다.

한 사람의 지도자로서 정말 엄청난 일을 이루어 놓았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일들을 마무리 지으려면 일단은 오래 살아야 했다.

그런데 전쟁에서 승리하고 땅을 넓히는 것은 내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그랬기 때문에 동쪽 지역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불로초를 찾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때 어떤 유학자가 진시황제에게 불로초를 구해올 수 있다고 했다.

진시황제는 거금을 들여서 그를 후원하였지만 그는 순 도둑놈 같은 인물이었다.

이 일로 화가 난 진시황제는 유학자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듯이 유학자 색출 작전을 펼쳤다.

유학자로 판명되면 그들을 산 채로 매장하고 유학자들이 읽던 책들은 모조리 불사르고 말았다.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전대미문의 엄청난 탄압을 한 것이다.

그런 시대에 진시황제에게 불로초를 구해오겠다는 또 다른 신하가 나타났다.

그의 원정대는 동쪽으로 진군하여 한반도를 만나게 되자 한반도 남쪽까지 순찰하였다.

하지만 더 이상 갈 곳이 없던 그는 그곳에서 서쪽으로 돌아간다는 글귀겼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제주도 서귀포(西歸浦)의 유래라고 한다.

그 신하는 진시황제가 죽을 때까지 진시황제에게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오래 살고 싶었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젊음을 유지하며 오래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런 세상은 아직 요원하다.

유전자공학의 발달로 기술적으로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젊음을 멈추게 하면 그다음에 발생할 일들에 대해서는 뒷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수명을 150세까지 연장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발명되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피로한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면 그 사회를 유지시킬 수 있을 만큼 복지 예산도 증가해야 할 테고, 일자리도 있어야 한다.

생각만 해도 복잡하다.

단순히 수명만 연장되는 게 아니라 젊음이 연장되어 미래사회의 100세인 사람이 지금의 40대만큼 건강하게 된다면 문제가 없을까?

아니다.

그때는 ‘그 많은 인구를 어떻게 먹여 살릴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지구는 사람들만 득실거리는 생지옥 같은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래 산다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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