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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Sep 26. 2022

자기 인생의 짐은 자기가 지고 간다

 

매일 뉴스를 보고 있는데 매일 안 좋은 소식만 가득하다.

어디 좋은 뉴스거리가 없나 찾아보지만 그런 것은 가뭄에 콩 나듯이 가끔 나온다.

사람이 부정적인 말만 계속 듣다 보면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을 품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세상이 우울하니 내 생각도 우울하고 세상이 팍팍하니 내 삶도 팍팍해지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주위에서 여러 사람이 그런 말을 한다.

삶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이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삶의 짐이란 게 있는데 그게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무거워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데 누군가 몰래 돌덩이 하나 더 얹어놓은 기분이다.

그런데 돌아보면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자신이 지고 있는 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그때보다 마음이 힘든 것이다.

마음이 힘들기에 짐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내 마음이 힘들 때는 별의별 방법을 다 써도 효과가 없다.

마치 깊은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 같은 심정이 든다.

옆에서 “힘내!”라고 말하는 응원의 소리가 들려도 그게 메아리처럼 흩어진다.

힘을 낼 수가 없어서 힘이 든 것인데 말 한마디로 힘이 날 리가 없다.

차라리 말없이 그냥 지켜보고 있기만 하는 사람이 더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겠는가?

삶은 살아가야 하고, 자신이 져야 할 짐은 자신이 짊어지고 버텨내야만 한다.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가져갈 수도 없다.

내 짐은 마치 강력접착제로 내 등에 붙여 놓은 것처럼 나에게서 뗄 수가 없다.

어르신들의 등이 굽은 이유는 당신들께서 짊어져야 할 짐을 성실하게 짊어지셨기 때문이다.

그 무거운 짐을 일평생 짊어지고 뚜벅뚜벅 걸어가셨기 때문에 등이 굽어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앞에 서 계신 어르신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내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나에게 송강 정철의 시조를 많이 읊어주셨다.

아마 아버지의 가방끈이 짧았기 때문에 아들인 나에게 더 많이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 덕분에 한 때는 시조 30여 편을 줄줄 욀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까마귀가 다 먹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때 아버지가 즐겨 들려주신 시조는 정철의 훈민가(訓民歌)들이었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이라도 무거우랴.

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였다.

그런 시조가 내 속에 쏙 들어와 있어서 그런지 어느 버스회사에서 좌석 위에 ‘나는 젊었으니 서서 간들 어떠리’라는 문구를 적어 놓았을 때 당연히 버스 안에서는 서서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송강 정철은 자기 앞에 짐을 지고 가는 늙은이의 짐을 대신 짊어준 적이 없었다.

좋다가 말았다.

노래만 그렇게 폼나게 불렀던 것이다.




등에 진 짊을 대신 져 주기도 어려운데 인생의 짐을 대신 져줄 수는 있을까?

그럴 수 없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인생의 짐은 누가 대신 질 수도 없고 나눠서 질 수도 없다.

자신이 홀로 져야만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들도 자신의 인생을 엄마 아빠가 대신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짐을 감당하려고 몸부림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좌충우돌하는 것은 자기 인생의 짐을 어떻게 하면 잘 짊어질 수 있는지 몸부림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직접 살아가면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터득할 수밖에 없다.

옆에서 바라보기에는 딱할 것이다.

내가 아는 방법대로 하면 쉬울 것 같은데 괜히 고생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 방법으로 살아온 나도 엄청 힘들었다.

그냥 믿어주자.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짐을 어떻게 지고 가야 하는지 다시 스스로 터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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