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일까?

by 박은석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만 2년이 지났다.

그동안 매일 글 한 편씩은 올렸으니까 만 2년 동안 브런치에 출근한 셈이다.

800편에 육박하는 글들을 썼고 그 글들을 쓰기 위해서 800시간이 넘도록 생각하며 자판을 두드렸고 600권이 넘는 책들을 읽었다.

대단한 글도 아니고 어디 알려지지도 않은 글이다.

그날그날 내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꼭지로 삼아서 쓴 한 장짜리 글이다.

하루 한 장씩은 썼으니까 다 모아보면 A4용지 800페이지는 되겠다.

낙엽처럼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쌓였다.

도대체 이 글들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브런치 작가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모아서 책을 낸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런 시도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 한 편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버거워한다.

솔직히 얼마 전에 밤 12시를 살짝 넘기고 브런치에 글을 올린 날이 있다.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누가 나에게 하루에 한 편씩 꼭 쓰라고 한 것도 아니다.

내 글이 올라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이라곤 내 주위에 있는 몇 사람 정도일 것이다.

내 글을 구독하는 이들이 몇백 명은 되지만 거의 대부분 내가 모르는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내 글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가 없다.

확인할 방법이라곤 하트 표시와 댓글, 그리고 조회수가 전부이다.

내 글을 널리 소개하려면 내가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브런치를 자주 들락거리면서 다른 작가들의 글들도 들여다보고 반응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시간을 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은 브런치 입장에서는 얄미운 작가라고 할 것 같다.

자기가 올리고 싶은 글만 쏙 올리고 그 외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매우 이기적인 작가이다.

다른 작가들도 나 같은 사람은 금방 파악한다.

큰 도움이 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인지 남들은 2년 정도 활동을 했으면 어떤 결과물들을 내는데 나는 여태 그런 것이 없다.

기분 내키는 대로 잠깐 얼굴을 비치고 이내 사라지고 만다.

그런데 왜 나는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일까?

일기처럼 내 생의 자취를 남기기 위해서일까?

그건 아니다.

일기는 학창시절에도 꾸준히 썼던 적이 없다.

방학숙제로 일기가 있었을 때는 개학하기 전에 몰아서 쓸 정도였다.

나는 매일 글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책을 내서 돈을 벌기 위한 목적에서일까?

그것도 아니다.

돈을 벌려면 벌써 책을 냈어야 했다.

물론 내 글을 사용해도 되냐고 문의가 들어온 적들은 있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기도 했다.

솔직히 돈을 받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이참에 본격적으로 글을 써서 돈을 벌어볼까 하는 유혹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런 마음이 가라앉았다.

돈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천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는 왜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일까?

처음에는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마치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난 사람처럼 자랑하는 것 같았다.

교만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글 쓰는 시간이 한 달 한 달 늘어가면서 나를 알리고 싶은 생각은 사라져갔다.

대신에 글 쓰는 시간은 내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시간이 되어가고 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나서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몸이 안 좋은 분들에게 카톡으로 그 글을 공유해드린다.

카톡 창에 새로운 글이라는 ‘1’ 표시가 보이면 그분들은 내가 오늘도 여전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1’ 표시가 사라지면 나는 그분들이 오늘도 건강히 계신 것이라 믿고 안도한다.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내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일까00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