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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10. 2022

내 인생은 내가 걸어가며 만드는 것이다


내 아내는 가끔 하나님께 자기 삶이 왜 이런지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내 아내만 그런 마음이 있는 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다 그런 마음을 갖고 살아갈 것이다.

자기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설계도를 잘 그려도 그 계획한 설계도대로 작업이 진행되지 않는 게 우리의 삶이다.

중간중간에 혹시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지만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래전 <박하사탕>이란 영화에서 배우 설경구씨가 질주하는 기차 앞에 두 손 들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며 절규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큰소리로 부르짖는다고 하더라도 돌아갈 수가 없다.

이미 지나온 길들은 천사들이 내려와서 빗자루로 쓸어버렸는지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다.

그냥 우리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방법밖에 없다. 




사실 지나온 날들에 대해서 미련을 갖고 아쉬워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난날의 그 순간에는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아무도 몰랐다.

그 일이 대박을 찰지 쪽박을 찰지 알 수가 없었다.

모험을 걸었던 것이다.

그 모험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 성공이고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 실패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결과를 보면서 평가한다.

큰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은 분명 무예와 지략이 뛰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맞상대했던 상대편의 장군도 뛰어난 인물이었다.

단지 그 전투에서 패배했을 뿐이다.

전쟁터에서는 누가 승리하고 누가 패배할지 알 수가 없다.

천하무적인 아킬레스가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블레셋의 거인 장군 골리앗이 소년 다윗이 던진 돌팔매 돌에 맞아 죽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꿈과 같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그중에서 하나가 바로 우리의 인생이 된다.




<주홍글자>라는 대작을 남긴 미국의 작가 나다나엘 호손은 단편소설도 많이 썼다.

대표작인 <큰바위얼굴>을 안 읽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단편들을 모은 <두 번 해준 이야기>라는 책에 <David Swan>이라는 작품이 있다.

스무 살의 청년 데이빗이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삼촌을 만나러 보스턴으로 가는 길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화했다.

사실 데이빗이 한 일은 없었다.

길을 가다가 너무 곤하여서 숲속 나무 밑에서 잠을 잔 게 전부였다.

그런데 마침 그 길을 지나가던 마차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주인 내외는 잠시 산책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잠자는 데이빗을 발견했는데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자기 아들과 너무나 닮아 있었다.

부부는 데이빗을 양자로 삼아서 자신들의 유산을 물려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인이 마차를 다 고쳤다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를 뜬다.




조금 후에는 예쁜 처녀가 지나가다가 데이빗을 보았다.

처녀는 결혼할 상대를 찾고 있었는데 잠자는 데이빗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신랑감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장사꾼으로 꽤 재산이 있는 아버지 밑에서 일하면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데이빗은 깨어나지 않고 누군가 다가오는 것 같아서 소녀는 자리를 뜬다.

그리고 웬 날강도 둘이 데이빗에게 왔다.

그들은 데이빗의 주머니에 돈이라도 있을까 해서 빼앗으려고 하였다.

데이빗이 깨면 그를 죽이려고도 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다가왔다.

그 강도들은 개 주인이 근처에 있는 것 같다며 급하게 도망친다.

잠에서 깬 데이빗은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길을 간다.

우리도 꿈꾸는 중에 굉장한 일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스쳐 지나간 것은 내 인생이 아니다.

내 인생은 내가 걸어가며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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