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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벅찬 오늘 하루
이 가을에 내가 살찌워야 할 세 가지
by
박은석
Oct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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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하늘이 파랗고 높게 보인다.
땅에는 추수의 때를 보내면서 먹을 게 많아진다.
넉넉한 마음으로 말에게 마음껏 꼴을 주니 근육질이 철철 넘치는 말들도 살이 통통하게 올라오게 된다.
그런데 이 가을에 살이 찌는 인간들은 어떤 부류일까?
말띠도 아닌데 살이 찌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일까?
살이 찌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느니, 스트레스 살이라느니 하는 말들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살이 찌는 모든 이유는 많이 먹기 때문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당장 몇 끼 굶어보면 알게 된다.
안 먹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
먹기 때문에 살이 찐다.
내 몸을 보니 이미 찔 만큼 살이 쪘다.
더 이상 살을 찌게 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몸의 살을 찌우는 것은 충분히 했으니까 이제는 다른 것에 살찌워야겠다.
그래서 이 가을에 살찌워야 할 것, 세 가지를 생각해 봤다.
첫째로, 가을에는 마음을 살찌워야 한다.
가을은 마음의 창고에 차곡차곡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계절이다.
논밭의 곡식과 과일을 추수해서 양식을 준비했다면 마음에도 추수할 게 있어야 한다.
마음의 양식은 누가 뭐래도 독서이다.
마음은 책을 읽어야 배가 부르고 살을 찌울 수 있다.
몸은 적당히 먹어서 적당히 살쪄야 좋은데 마음은 많이 살찔수록 더 좋다.
그래서 더 많은 책을 보고 더 많은 분야의 책을 읽으면 좋다.
봄철과 여름철에는 농사짓고 일하느라 바빠서 책을 읽을 겨를이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있었다.
하지만 가을은 그런 핑계가 통하지 않는 계절이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몸이 배고프면 힘이 약해지듯이 마음이 배고프면 삶이 약해진다.
마음이 배부르면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가을은 독서를 통해서 마음을 살찌우는 계절이어야 한다.
둘째로, 가을에는 관계를 살찌워야 한다.
가을은 오곡백과를 추수하고 고마움을 전하는 감사의 계절이다.
감사는 아무에게서나 나오지 않는다.
자신이 혼자서 살아올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감사가 나온다.
철부지는 모든 일을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자기에게 잘 대해주면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기 때문에 철부지의 입에서는 감사가 나오지 않는다.
철부지가 자기 잘난 척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그를 떠나간다.
겨우 쌓아 놓았던 인간관계들이 하나씩 끊어져 버린다.
인간관계를 살찌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감사이다.
감사하는 사람 곁에 사람이 모이는 이유가 있다.
철들면 감사하게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추수가 끝나면 감사의 시간이 이어진다.
그 감사의 시간을 통해 인간관계가 더욱 풍성하게 된다.
가을은 감사를 통해서 관계를 살찌우는 계절이어야 한다.
셋째로, 가을에는 인생을 살찌워야 한다.
가을은 인생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는 사색의 계절이다.
지나온 날들에 잘못한 일은 없었는지, 앞으로 다가올 날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 가을이다.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고 하는 이유가 다 있다.
인생의 깊이를 깊게 하고 그 넓이를 넓게 하는 방법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살면 산 대로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때 내가 왜 그렇게 살았을까 후회한다.
뭐라도 대답을 해야 하기에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인생이 궁핍하고 배고픈 사람의 모습이다.
솔잎 하나만 먹고도 생각의 바닷속을 헤엄쳤던 분들이 있었다.
누추하고 허름하게 보였지만 사람들은 그분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생을 풍부하게 살찌운 분들이기 때문이다.
가을은 깊은 사색을 통해서 인생을 살찌우는 계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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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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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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