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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28. 2022

욕심 때문에 무엇이 복인지 몰랐다


우리의 옛 어른들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릴 수 있는 큰 복을 다섯 가지로 꼽아서 오복(五福)이라 하였다.

장수의 복(壽), 재물의 복(富), 건강의 복(康寧), 덕을 즐기는 복(攸好德), 제 명대로 살다가 평안히 생을 마감하는 복(考終命)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그토록 바랐던 오복이다.

이 외에도 자손이 많은 것을 큰 복으로 보기도 했고 입신양명하는 것을 큰 복으로 보기도 하였다.

그런데 나는 삐딱한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이것들이 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무병장수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자.

오늘날로 치면 100세까지 살고 있는 사람인데, 재산도 없고 덕을 쌓아놓은 것도 별로라면 과연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오래 사는 만큼 괴로움만 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지 오래 사는 것만으로 복 받은 인생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른 복들도 마찬가지다.

그 한 가지의 요소가 넉넉하다고 해서 복 받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 조상들이 말했던 오복은 다섯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되어야만 비로소 ‘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다섯 가지를 다 충족시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눈 씻고 찾아봐도 잘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장수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재물을 많이 모으면서 덕을 쌓으면서 사는 사람은 더더욱 잘 보이지 않는다.

제 명대로 살다가 평안히 세상을 떠나는 복은 과연 어떤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우선 몇 살까지 사는 것이 자신의 명인지 알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까 고종명의 복은 누가 받는 것인지조차 모르겠다.

한 가지 복은 어떻게든 누리며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두세 가지 복을 동시에 받는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봐야 한다.

하물며 다섯 가지 복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고 싶은 복들을 얻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아간다.

한 가지 복을 얻은 것 같으면 그 위에 또 한 가지 복을 얹으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노력만큼의 복을 받는 세상은 아니다.

이만큼 애를 썼으면 이만한 복을 받을 것 같은데 그 복을 받으려는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오래된 관습이나 구조적인 부조리들이 우리의 복을 막아버리기도 한다.

다양한 천재지변들과 세계 각 나라들의 동향에 따라 우리가 생각했던 복이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실수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하면서 복을 맞아들이려 하는데 그 복이 우리 집 문 앞에까지 왔다가 되돌아 가버린다.

상황이 이런데 산다고 하더라도 복이 우리 앞에까지 왔다가 발길을 돌려버릴 때도 있다.

복 하나 받기가 이렇게 어려울 때도 많다.




중국인들은 ‘복(福)’이라는 글자를 써서 자기 집 현관문에 거꾸로 붙인다.

집에 들어온 복은 나가지 말라는 뜻에서 그렇게 붙인다.

글자를 거꾸로 붙였다고 해서 나갈 것이 안 나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복을 붙들어두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럴 것이다.

그만큼 복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정말 복이라는 것은 우리가 받기 어려운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복을 받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복이라고 하는 그것을 얻기가 어려운 것이다.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우리가 복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과연 복일까?

우리의 욕심을 복으로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욕심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데 우리가 복이라고 여기는 것들도 비슷해 보인다.

맞다! 그건 복이 아니라 욕심이었다.

우리의 욕심 때문에 진짜 복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복을 받고 있었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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