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Nov 08. 2022

카이사르의 주사위와 나의 주사위


기원전 50년 로마의 장군의 카이사르는 로마 북쪽의 갈리아 지방에서 열심히 잘 싸우고 있었다.

갈리아 지역의 민족들도 굉장히 강했지만 카이사르의 지휘 아래 있는 로마군과 싸우기에는 중과부적이었다.

시시각각 갈리아 지역의 소식을 듣고 있던 로마 원로원들은 로마군이 갈리아인들을 물리친 것에 대해 기분이 좋으면서도 슬슬 걱정이 생겼다.

카이사르의 인기가 너무 높아지고 있었고 카이사르 휘하의 군대도 그 군사력이 굉장히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카이사르가 로마의 절대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시의 로마 정치 체계에서는 절대적인 한 명의 지도자를 원하지 않았다.

3명의 최고지도자들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나라를 통치하기를 바랐다.

카이사르도 그 3인 중의 한 명이었는데 점점 카이사르가 다른 둘을 제치고 제 일인자가 되고 있었다.

그래서 원로원은 카이사르의 힘을 빼기로 했다.




로마의 원로원은 전쟁터에서 잘 싸우고 있던 카이사르를 소환했다.

로마에 급한 일이 있으니 들어오라는 내용이었다.

카이사르는 원로원 의원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그래서 고민에 빠졌다.

만약 원로원의 소환에 응하여 로마로 돌아가려면 무기들을 내려놓고 무장을 해제한 상태로 가야 했다.

그런데 자신이 무장을 해제한 상태에서 갑자기 원로원 휘하에 있는 군병력이 자신을 사로잡아 버린다면 카이사르 자신은 영락없이 죽은 목숨이 되고 말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원로원의 소환을 거부한다면 국가의 명령에 반역했다는 죄를 뒤집어쓸 수 있었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카이사르의 군대는 국경지대에까지 오게 되었다.

이제 강 하나만 건너면 로마 땅이다.

강을 건너느냐 마느냐 건넌다면 어떻게 건너야 하느냐에 따라 카이사르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 분명했다.

루비콘강 앞에서 카이사르가 겪은 고민이었다.




물은 아무 말도 없이 흐르고 또 흘러가지만 물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마음은 온갖 소리들로 복잡하기만 하다.

그 복잡한 소리들을 정리하여 하나의 소리로 모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카이사르의 고민은 그것이었을 것이다.

긴 시간 동안 그렇게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카이사르가 던진 말이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카이사르는 엄청난 고민 끝에 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너무 쉽게 내뱉는다.

마치 내가 카이사르의 고민을 충분히 헤아린다는 듯이 말한다.

주사위를 던질 때 카이사르는 자신의 권력과 생명과 가문을 다 걸었다.

이번에 주사위를 던지면 더 이상 자신에게는 던질 수 있는 패가 남지 않게 된다.

카이사르는 그 절박한 심정으로 주사위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고민도 없이 주사위를 던진다.

그러니 카이사르는 로마를 얻었지만 나는 내기 주사위만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그 사람은 그 고민을 하느라고 며칠 동안 밥을 먹지 못하고 잠을 자지도 못했을 수 있다.

그가 내린 결정이 좋지 않은 결과를 냈더라도 그는 그 결정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다.

그러니 내가 끼어들어서 왜 그렇게 결정했느냐고 할 수가 없다.

그는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감당하며 살아가지만 나는 아무런 책임도 지는 것 없이 그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있는 것이다.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에서 로마로 진군할 것을 결정한 것은 결과적으로 카이사르를 로마의 제 일인자가 되게 했다.

잘한 결정이었을까?

꼭 그렇게만 말할 수 없다.

오히려 그 결정 때문에 그가 더 일찍 생을 마감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카이사르는 루비콘강 앞에서 깊은 고민 끝에 한 가지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감당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10월의 마지막 날이면 떠오르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