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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Nov 17. 2022

컴퓨터는 조립이 되는데 사람은 조립이 안 된다

모처럼 만에 컴퓨터 조립을 해 보았다. 사무용 컴퓨터가 한 대 필요했는데 새로 사자고 하니 금액을 들인 만큼 쓸 것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해서 컴퓨터 없이 일을 하자고 하니 불편할 것 같았다. 그동안 폐기 처분하던 컴퓨터에서 부품들을 하나씩 뜯어 모은 게 있었다. 아쉬울 때 교체하기 위한 부품들인데 그것들을 짜 맞추면 얼추 컴퓨터 한 대는 조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남고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컴퓨터 조립을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손으로 무엇인가 만들었는데 그게 제대로 작동되었을 때 느껴지는 야릇한 쾌감이 있다. 이번에도 그런 쾌감을 느낄 겸 일을 벌였다. 우선 컴퓨터 본체 케이스를 준비했다. 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시간만큼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입으로 불어내고 손으로 닦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강력한 에어건으로 먼지를 불어냈다. 그랬더니 정말 깨끗해졌다.




겉껍데기를 준비했으니 이제는 그 안에 필요한 것을 채워 넣으면 된다. 우선 몸통 뼈대라고 할 수 있는 메인보드를 장착했다. 메인보드의 수준에 따라 컴퓨터의 두뇌라고 하는 CPU의 모양도 달라진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마음이 깃들이듯이 메인보드가 좋아야 좋은 CPU를 장착할 수 있다. 제아무리 최신의 부품을 장만하였어도 메인보드가 그 부품들을 품어낼 수 없으면 컴퓨터 조립은 말짱 꽝이 되고 만다. 메인보드에 CPU를 장착하면 대충 큰 일은 끝난 셈이다. 거기에 파워서플라이라고 하는 전력장치를 달고 각 부품들에게 전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배선작업을 한다. 파워서플라이에서 주전원과 보조전원의 케이블을 뽑아서 메인보드의 정확한 위치에 결합시킨다. 그다음에는 컴퓨터의 각 부분들을 메인보드에 연결시킨다. 그러면 전기가 메인보드를 한 번 감싼 후 메인보드에서 파생된 다른 곳으로 흘러간다.




일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로 인해서 열을 받듯이 컴퓨터도 열을 받는 순간이 있다. 컴퓨터의 두뇌라고 하는 CPU도 열을 많이 받는다. 그때 열을 식혀주기 위해서 CPU에는 항상 쿨러라고 하는 열 분산장치가 붙어 있어야 한다. 그 후에는 컴퓨터의 정보 저장능력을 알려주는 Ram을 장착한다. Ram의 성능에 따라서 컴퓨터의 저장 능력이 향상된다.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게 많으면 빨리빨리 대답할 수 있다. 그런 지식이 힘이 되고 능력이 된다. 컴퓨터에서는 이 일을 Ram이 담당한다. Ram의 용량이 올라가면 컴퓨터가 그만큼 빨리 읽을 한다. 이렇게 한 다음에는 지식 정보를 저장하는 창고 같은 게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하드디스크이다.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크면 그만큼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 저장 장치의 크기가 컸다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컴퓨터의 사용 수준에 맞춰서 용량을 정하는 게 좋다.     



이렇게 컴퓨터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제자리에 꽂아놓고 전기를 연결하니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금방 부팅이 된다. 바탕화면도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속도도 빠르다. 초기 상태로 환원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조립한 컴퓨터를 동료에게 주었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도 했다. 친절한 도우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나 자주 연락을 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 연락이 오더라도 그 정도는 자신 있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컴퓨터를 보면 복잡하다며 지레 겁을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것은 사람이 뜯어고칠 수 있다는 게 나의 마음이다. 인류가 발명한 물품 중 가장 복잡한 게 컴퓨터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보다 인간관계가 더 복잡한 것 같다. 컴퓨터는 말 안 듣는 부품을 뽑아 던져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은 뽑아 던질 수가 없다. 컴퓨터는 조립이 되는데 사람은 조립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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