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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Nov 16. 2022

환경에 순응하는 사람, 환경을 만들어가는 사람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제(齊)나라에 안영이라고 하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그가 워낙 유명하니까 초(楚)나라의 영왕(靈王)도 그를 만나보려고 했다.

마침 안영이 초나라의 사신으로 제나라를 방문하게 되었다.

영왕은 이때를 틈타 안영을 만나보고 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영왕은 안영을 초청하여 거나한 잔치를 베풀면서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제(齊)나라에도 인물 좋고 풍채 좋은 사람이 많을 텐데 어떻게 너와 같이 작은 사람을 재상으로 삼았는지 궁금하구나.” 

이 말은 키가 작은 안영에게 아주 치욕적인 말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예, 우리나라에서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냅니다.

저는 사신들 중에서 가장 작기 때문에 가장 작은 나라의 사신으로 오게 된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영왕은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존심에도 큰 흠이 생겼다.

그때 마침 포졸이 죄인 하나를 끌고 지나가고 있었다.

영왕은 그 포졸에게 그 죄인이 어느 나라 사람이며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물었다.

포졸은 “예, 전하. 이 죄인은 제(齊)나라 사람인 절도 죄인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초나라 왕은 다시 안영에게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오?” 

이 말은 안영은 물론이거니와 안영의 고국인 제나라를 심히 모욕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안영은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됩니다.

이것은 귤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의 성질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원래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그가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면 초나라에 도둑질의 풍토가 심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초나라 영왕은 안영의 기지를 치하했다.

영왕은 안영에게 “내가 애당초 그대를 욕보일 생각을 가졌었는데 결과는 과인이 욕을 당하게 되는구나!”라며 안영에게 사과의 말도 건넸다.

그리고 안영을 위해 크게 잔치를 벌였고 다시는 제나라를 넘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똑같은 나무이지만 어떤 지방에서는 감귤이 열리고 어떤 지방에서는 먹기 힘든 탱자가 열린다.

왜 그럴까? 안영은 그 이유가 감귤나무가 심겨 있는 토양 때문이라고 했다.

그 땅이 거칠기 때문에 열매를 많이 맺는 감귤나무로 가꾸지 못하고 먹지도 못하는 탱자나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기인하여 ‘귤화위지(橘化爲枳)’ 혹은 ‘남귤북지(南橘北枳)’라는 말이 나왔다.

강남의 귤을 강북으로 옮기면 탱자로 변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나무의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좋은 환경이 사람을 좋게 만들고 안 좋은 환경이 사람을 안 좋게 만든다는 말에는 토를 달기가 쉽지 않다.

인생을 걸고 실험해 볼 수는 없지만 어쩐지 그 말이 사실일 것 같다.

좋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은 좋은 삶을 살 것 같고 안 좋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은 안 좋은 인생을 살 것 같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가능하면 좋은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하려고 한다.

자녀 교육 때문에 선진국으로 이민 가는 가족에게 물어보면 대답은 단순하다.

좋은 나라에서 양육하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귤화위지의 고사에서 한 가지 무시하고 넘어간 것이 있다.

강남에서도 귤나무였는데 강북에서도 귤을 많이 맺는 나무도 있다.

환경에 굴복당하지 않고 환경을 이겨내는 나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환경에 순응하는 사람이 있고 환경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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