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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Nov 28. 2022

인문학책을 읽는 재미란 이런 것이다


인류 문명의 발달은 큰 강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메소포타미아문명, 이집트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은 모두 큰 강을 끼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 4개 지역은 모두 서양이 아닌 동양에 속한다.

인종으로 따지면 황인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오랜 옛날에는 서양 사람들보다 동양 사람들이 더 강했고 문명적으로도 더 앞서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4대 종교의 발상지도 모두 동양이다.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는 이스라엘, 아랍, 인도에서 발생하였다.

그러니까 종교적인 힘도 동양이 서양보다 더 강했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던 수레바퀴, 수학의 깊이를 더해주었던 숫자 0의 사용도 동양에서 시작되었다.

화약, 나침반, 종이, 도자기의 발명도 동양이었다.

인류 역사 속에서 긴 시기 동안 서양 문명은 동양 문명에 비해 한참이나 뒤떨어져 있었다.




칭기즈 칸의 말발굽 소리만 들려도 어쩔 줄 몰라 했던 서양이었다.

초승달이 그려진 오스만의 깃발을 보며 다시 한 번 동양인들을 두려워했었다.

명나라 황제 영락제는 정화라는 신하에게 수백 척의 배를 주면서 세계를 둘러보라고 했다.

정화의 원정대는 아시아를 지나 아프리카까지 둘러보았는데 명나라와 세력을 견줄만한 나라가 없었다고 보고했다.

그때가 1400년 대였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세상은 동양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200년도 지나지 않아서 세상은 서양 나라들의 손아귀에 하나씩 하나씩 들어갔다.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서양의 힘은 더욱 강력해졌다.

마치 땅따먹기를 하듯이 지구촌 구석구석을 차지해갔다.

이후 1,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세상은 서양 중심으로 굳히기를 했다.

그 찬란했던 동양의 힘과 문화는 박물관에서도 볼 수 있는 유물로만 남아버린 듯하다.




세상이 어쩌다가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인 조지프 헨릭(Joseph Henrich)은 오늘날의 세상을 움직이는 힘들을 면밀히 분석한 후, 그 힘을 ‘위어드(WEIRD)’라고 불렀다.

①서양인(Western)이면서, ②교육 수준이 높은(Educated) 사람들이고, ③산업화된(Industrialized) 사회의, 부유하고(Rich), 민주적인(Democratic) 사람들이란 말이다.

이들은 역사 속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굉장히 개인적이며, 분석적인 동시에 낯선 사람을 신뢰한다.

오랫동안 인류 문명을 이끌었던 친족 중심의 족벌주의와 복잡한 관계들로 엮인 공동체들은 더 이상 위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위어드는 관계와 사회적 역할보다 자신의 꿈과 이익을 중요시 여긴다.

그들의 집단지성으로 시장과 길드, 대학이 만들어졌고, 과학과 학문이 발달했으며, 입헌정부와 민주정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위어드는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되었을까?

조지프 헨릭은 여러 가지 역학적인 요소들을 제시하였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인쇄술의 발전과 종교개혁이다.

인쇄술의 발달로 지식수준이 올라갔으며 이는 학문과 과학의 발달로 연결되었다.

이에 더하여 종교개혁으로 인해 교회에서 일방적으로 주입하던 신앙을 떠나 개인이 직접 성경을 읽고 생각하면서 신앙심을 고취하게 된 것이다.

개인적인 신앙은 부지런함과 인내심으로 정당성을 얻었고 이는 자본주의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부지런히 돈을 버는 것이 신의 축복이라 믿었기에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고 자신들의 자본을 지키기 위해 법률과 제도를 정비하여 입헌군주제와 민주주의 사회를 열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인류의 탄생으로부터 지금까지의 인류 문명사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인문학책을 읽는 재미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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