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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08. 2022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사는 사람이 지혜자일 것이다

     

여섯 살짜리 꼬마에게 “지구가 보유한 자원을 균등하게 분배하지 않으면 인간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라고 말해봐야 아무 소용없다.

완벽하게 맞는 말이지만 아이는 여기에 쓰인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르게 설명해준다.

“아이들은 스무 명 있는데 공은 다섯 개, 화판은 네 개, 블록은 세 세트,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단다. 그러니 나누어 써야 공평하지?”라고 말이다.

여섯 살짜리 꼬마에게 환경오염과 환경파괴의 대가나 결과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절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바로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고,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갖다 놓고, 제 것이 아닌 물건은 가져가지 말라는 가르침을 잊었기 때문이다.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에 나온 말이다.




풀검은 오랫동안 새봄이 되면 그해에 힘써 노력하고자 하는 신조를 만들었다.

신조는 긴 문장으로 작성하지 않는다.

한숨에 읽을 수 있는 짧은 문장으로 써야 제격이다.

그렇게 짧게 만든 문장을 보면 내용이 굉장히 단순하다.

그 짧은 글귀를 쪽지에 써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는데 학부모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또 다른 글도 있으면 달라고 요청하는 이도 있었다.

풀검 자신도 짧은 한 문장 때문에 큰 영향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눈보라 치는 어느 날 밤에 그가 혼자 차를 몰고 뉴멕시코의 산타페 지역을 지날 때였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앞에 가는 트럭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트럭이 브레이크를 밟으면 빨간 불빛과 함께 뒷범퍼에 붙인 스티커의 글이 보였다.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는 말라.’ 트럭이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그 글이 보였다.

얼떨결에 계속 그 글을 읽다가 풀검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단순한 것이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풀검도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새해 신조문도 처음에는 몇 장이나 될 정도로 길었다고 한다.

삶의 모든 영역을 다 포함하는 대단한 작심의 글이었을 것이다.

그때의 신조는 대법원의 판결문 같았다고 했다.

그가 글을 짧게 써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어느 날 그의 차에 최고급 기름을 가득 채웠다.

최고급 기름을 넣었으니까 자동차가 더 부드럽게 잘 가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낡은 그의 자동차는 최고급 기름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교차로에 설 때마다 덜커덩거리고 내리막길을 갈 때는 트림하듯 기름을 내뱉었다.

그 순간 그가 깨달았다.

우리의 마음에도 고급 지식을 너무 많이 집어넣으면 버거워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이미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게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 대로 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후에 그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나씩 하나씩 정리했다.

그랬더니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가르침들은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이든 나누어 가지라.

남을 때리지 말라.

자신이 어지럽힌 것은 자신이 치우라.

내 것이 아니면 가져가지 말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라.

변기를 사용한 뒤에는 물을 내리라.

매일 공부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밖에서는 차를 조심하고 옆 사람과 손을 잡고 같이 움직이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말인데 그동안 너무나 유치한 말로 치부해 버렸다. 

그의 말대로 지혜는 대학원의 상아탑 꼭대기에 있지 않았다.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었다.

유치하고 단순해 보이더라도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지혜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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