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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2. 2022

뭘 좀 안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내가 뭘 좀 알고 있다고 생각할 때면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식당이나 카페에 키오스크라는 기계가 있어서 소비자가 직접 모니터를 보면서 메뉴를 정하고 계산을 하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그걸 보면서 이제 사람들 일자리를 다 빼앗기게 되었다며 앞으로는 컴퓨터가 인간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마치 뭘 좀 아는 사람처럼 말을 했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얼마 전에 메타버스 관련 회사를 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 키오스크 같은 것은 어린아이의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넘나들며 환상의 나라를 꿈꾸고 있었다.

나는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암울한 세상을 보고 있었는데 그는 기계를 이용해서 인간이 개척해나갈 희망찬 세상을 보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듣다 보니 내가 아는 지식은 지식도 아니었다.

나는 몰라도 한창 모르는 사람이었다.




1년 200권 읽기 운동을 14년째 펼치고 있으니 나도 책 좀 읽은 사람이라고 하는 마음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이제는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중에 내가 아는 내용도 나오고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면 ‘내가 아는 내용을 이 저자도 알고 있었구나! 내가 아는 사람을 저자도 알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내가 그 저자와 비슷한 레벨의 사람처럼 여겨진다.

바로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에 저자는 내 머리를 ‘꽝’하게 때리는 듯한 내용을 들려준다.

내가 아는 것은 아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마치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한 번 만져보고서는 자신이 코끼리를 잘 아는데 코끼리는 전봇대 같은 동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

최근에 읽은 제임스 힐먼의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로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로 나를 끌어들였다.




제임스 힐먼은 이 책에서 엄청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도대체 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종교인, 학자, 발명가, 정치가, 연예인, 사업가, 악당들까지.

하여간 좀 독특하게 살았다는 인물은 다 조사한 것 같았다.

그의 직업이 심리학 교수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인정하면서도 그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걸 보니까 ‘나는 아는 게 정말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제목만 보더라도 ‘어라? 내가 원하는 게 뭐지?’라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퍼뜩 ‘집, 자동차, 돈?’과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다가 사람은 이름을 남겨야 하니까 ‘유명세, 권력?’ 이런 생각도 한다.

좀 종교적인 생각을 가미하면 ‘죽은 다음에 천국에 가는 것? 같은 생각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는 왜 살아가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역시 고수다, 천재다.

그가 하려는 이야기는 ‘나’라는 인간이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은 이런 것이라고 어설픈 정의를 내리지 않았다.

엄지손톱만 한 도토리를 처음 본 아이는 그게 뭔지 모른다.

그게 수십 미터나 되는 거대한 나무가 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쓸모도 없는 것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거 몇 개 주워서 공기놀이나 하려고 한다.

나 같은 사람이 그랬다.

그런데 저자는 도토리가 거기에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찾아보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찾다 보면 ‘내가 여기에 왜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내 안에 있는 도토리를 유심히 보라고 말해 주고 있었다.

뭘 좀 안다고 느껴질 때면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내가 미처 알지도 못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가 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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