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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4. 2022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말, “엄마”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는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가 하면 나는 자세하게 잘 말해줬는데 상대방은 내가 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갔는데 건지는 것은 몇 마디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어떤 때는 백 마디 말보다 눈빛 한 번이 더 정확히 내 마음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이 한 시간 말을 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한 장의 편지가 긴 시간 통화하는 것보다 더 감동적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외국어를 잘 못하는데 외국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속에서는 미칠 지경인데 내색하지는 못하고 그저 웃는 얼굴로 고개를 까딱거리며 듣는다.

자세히 듣다 보면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인데 외국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외국 사람과 대화가 될 때도 있다.

나를 가르쳐주신 교수님이 미국 유학 중일 때 한동안 당신의 어머니께서 그곳에 계셨다고 했다.

교수님의 어머니는 대구 사람인데 영어를 한마디도 모르는 분이셨다.

그런데 어느 날 교수님이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어머니께서 안 보이셨다.

한참을 찾다가 지쳐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돌아오셨다.

그래서 그 교수님이 어머니께 어디에 갔다 오셨냐고 여쭈었다.

교수님의 어머니는 “요 앞에 마실 갔다 왔지. 거기서 미국 할망구랑 놀다 왔어.”라고 대답하셨다고 한다.

교수님이 깜짝 놀라셔서 그 할머니가 한국어를 하실 수 있었냐고 물었더니 교수님의 어머니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 할망구는 미국말로 하고, 나는 우리말로 이야기했어.” 

도대체 이런 일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나처럼 어학에 젬병인 사람은 외국어를 생각하기만 하면 머리가 아프겠지만 어학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은 여러 종류의 외국어를 섭렵한다.

4개 국어, 5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지만 그들에게도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

아무리 처음 듣는 말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알고 있는 말과 비슷한 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한마디에서 시작해서 두 마디, 세 마디, 아는 말을 점점 늘려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말을 꽤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게 된다.

내가 영어를 배울 때도 그랬다.

헬로우, 하이, 굿모닝, 굿바이처럼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말에 새로운 말이 하나씩 붙어 나갔다.

그래서 그나마 서툰 영어지만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어는 한문 발음을 조금 꼬아서 발음했더니 대충 통하는 것 같았다.

내가 말을 잘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잘 이해해준 것이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말도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말인데 세상 모든 아기들이 이 말을 한다.

그 말은 바로 ‘마’라는 말, 그리고 ‘빠’라는 말이다.

사실 이 말은 아기가 뭘 알아서 내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단지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다.

아기는 계속 입술을 붙였다가 떼면서 “마”, “마마”, “빠”, “빠빠”를 소리낸다.

이 아기의 첫소리를 따서 ‘엄마’, ‘마마’, ‘맘’, ‘마더’라는 말과 ‘아빠’, ‘빠빠’, ‘파파’, ‘파더’라는 말이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마’, ‘빠’라는 말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말이고 가장 기본적인 말이다.

이 한마디 말로 아기는 부모와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신기하게도 이 한마디 말로 아기는 부모와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한마디 말이면 모든 것이 충분하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렇다.

“엄마!” 

그 한마디면 다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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