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Dec 18. 2022

매일 새로운 것을 보고 매일 새로운 것을 생각한다


이어령 선생이 어렸을 때 천자문을 공부하다가 궁금한 게 있었다고 한다.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를 황(天地玄黃)을 배웠는데 도무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말대로라면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는 것인데 아무리 하늘을 쳐다보아도 하늘이 검게 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캄캄한 밤에 보이는 하늘이야 검게 보일 텐데 그때는 세상이 까매졌으니까 검게 보일 뿐이다.

하늘은 파랗다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아는 사실인데 도대체 하늘을 어떻게 봤길래 검게 보인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천자문의 이 말이 맞는 말이냐고 물어보면 어른들은 왜 따지냐면서 그게 그렇다고 한다면 그냥 믿으라는 식으로만 말을 했다고 한다.

책을 보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질문을 했는데 그의 질문을 받은 선생님들이나 아이들은 오히려 이어령을 이상한 놈 취급하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어령 선생은 스스로 왕따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어령 선생은 어렸을 때 자신이 격은 이런 일들 때문에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에게도, 그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도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었다.

그래서 이어령 선생의 책들을 읽다 보면 이 이야기가 여러 책에서 나온다.

그만큼 이어령 선생에게 있어서 하늘 천 따지 검을 현 누를 황에 대한 질문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어령은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남들이 들려주는 대로만 듣고, 남들이 보여주는 대로만 본다면 발전이라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남들이 들려주지 않는 것을 들으려 해야 새로운 것을 들을 수 있다.

남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남들처럼만 하려고 한다.




미술 작품 중에서 추상화 같은 것들은 ‘이것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생각을 자아낸다.

대충 물감을 뿌려놓은 것 같다.

알록달록한 색깔을 입힌 것은 유치원생도 그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따뜻한 추상의 칸딘스키의 작품은 내가 따라 그리기는 어렵지만, 차가운 추상의 몬드리안의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 정도의 그림은 나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내가 나에게 누구나 몬드리안을 따라서 그릴 수는 있는데 맨 처음으로 이렇게 선과 색을 구상해서 배치한 사람은 몬드리안이라고 했다.

그래서 몬드리안이 위대한 화가라는 것이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보는 눈이 달랐다.

나는 까만 선과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의 면만 봤는데 아내는 그 선과 면들의 배치를 보면서 내가 보지 못했던 어떤 것들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도 그림을 좀 삐딱하게 보려고 한다.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보려고 하다 보니까 그게 습관이 되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는 식의 평면적인 생각은 가급적 줄이려고 한다.

나에게 보이는 것 이상으로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되고 즉흥적인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도 효과가 있다.

물론 내가 아직 빼어난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니다.

지금도 종종 내가 들었던 대로, 내가 배웠던 대로, 내가 아는 대로 처신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게 관례이고 편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발전이 있으려면 반드시 예전 것을 발판 삼아서 더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전까지의 지식과 경험으로 살아간다면 과거에 갇혀 지내는 사람이다.

우리는 과거에 갇혀 사는 게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면서 현재를 살아간다.

현재는 매일 새롭다.

그러므로 매일 새로운 생각으로 살아가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류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