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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9. 2022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외국에서 오래 살던 친구가 잠시 귀국했다.

밥 한번 같이 먹자는데 뭘 먹으면 잘 대접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일단 양식은 제외다.

양식은 여기서 나오는 것보다 거기서 나오는 게 더 맛있을 것이다.

짜장면은 어떨까?

한국식 짜장면은 다른 나라에서는 맛보기 힘든 음식일 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외국에서도 한국인들은 일정한 지역에 모여서 산다.

그곳에 한국식 짜장면을 판매하는 식당이 있다.

거기서도 충분히 먹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정식으로 대접할까?

단품요리는 해외의 한인사회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한정식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 친구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으니까 그 친구의 식구들도 한번은 식사했을 것이다.

한정식 식당이었을 것 같다.

그 친구가 업무상 꼭 만나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아마 한정식 식당에서 만났을 것이다.




친구에게 잊히지 않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데 뭘 대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잠시 해외에 있을 때를 생각해 보았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때 그 나라에서 삼겹살도 먹었고 불고기도 먹었다.

짜장면도 먹었고 한정식도 먹었다.

한국인이 가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런 메뉴들로 식당을 차린 사장님들이 있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외국에서는 잘 먹을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

그런 음식으로 친구를 대접해주면 친구가 무척 좋아할 것 같았다.

메뉴는 멀리 있지 않았다.

내 근처에 가까이 있었다.

그 친구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음식이었다.

중고등학생 때 주구장창 먹었던 음식이었다.

그거면 그 친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음식을 사양하는 한국인을 본 적이 없다.

친구에게 말했다.

“떡볶이, 순대, 오뎅 먹으러 가자!” 그때 그 친구의 얼굴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양식이나 한정식으로 식사를 하려면 그 음식에 맞는 격식도 차려야 한다.

A코스, B코스, C코스 중에 무엇을 택하느냐도 고민거리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먹기는 먹는데 양껏 먹지는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태연한 척하면서 먹는다.

한 시간 넘도록 식사를 했는데 집에 와서는 배가 허전해서 라면을 하나 끓여 먹는다.

그래야 뭔가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떡볶이, 순대, 오뎅을 먹자고 했더니 그 친구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지금껏 자기에게 그런 음식을 대접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로서는 그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돈이 많으니까 비싼 음식을 사 준 거고, 나는 돈이 없으니까 값싼 음식, 길거리 음식을 사 주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게 최선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친구는 그렇게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자기가 제일 먹고 싶은 것을 대접해준다며 너무 고마워했다.




값비싼 음식을 사줘야 잘 대접하는 것인 줄 알았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해야 제대로 대접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었을 뿐이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린 것은 아니다.

내가 좋으면 당연히 상대방도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이 몹시도 싫어할 수 있다.

반면에 나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굉장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내 생각이 항상 정답일 수는 없다.

상대방을 헤아리는 게 필요하다.

상대방을 헤아리려면 상대방의 마음을 수십 번은 들여다보아야 한다.

값비싼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준 높고 품위 있는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방법으로 대해야 한다.

어떻게 내 마음을 잘 헤아렸냐는 인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사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길거리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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