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멈추는 날, 내 글쓰기의 자세를 생각할 뿐이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몇 달 전부터 매일 한 편의 칼럼을 쓰자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그날그날 떠오르는 주제로 그날의 글을 쓰기로 했다.
나 홀로 이어온 독서운동의 효과를 글로 나타내고 싶었다.
처음에는 봇물 터지듯이 글이 쏟아졌다.
하고 싶은 말도, 쓰고 싶은 글도 많았었나 보다.
그 많은 이야깃거리들을 어떻게 마음속에만 간직했었는지 모르겠다.
정형화된 틀에 내 글을 심어놓았다.
딱 한 장짜리의 글이다.
이 정도면 매일 글 쓰는 데 고단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일기를 쓰듯이 매일 한 장짜리 글을 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면 매일 한 장짜리 에세이 숙제를 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글쓰기도 노동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한 문장을 쓰는 데도 몇 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할 때가 있다.
전문적인 작가가 아닌 이상 글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일상에 부담되지 않게 글을 쓰기로 했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쓴다기에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다.
글쓰기가 꽤 힘든 일임을 아는 사람들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야지 자신을 몰아치면서까지 글을 쓴다면 몸도 마음도 상할 수 있다.
그래서 하루 한 장으로 정한 것이다.
딱 적당한 분량이라고 여겼다.
이 정도의 글을 쓸 시간은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떠올렸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내 글쓰기도 언젠가는 멈출 것을 믿었다.
다만, 그때 내 삶의 자세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사람의 마음에 영감을 주는 글, 삶에 위로와 희망을 주는 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묻어나는 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령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꾸준하고 성실한 글쓰기를 이어가고 싶었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 격려의 글들을 참 많이 받았다.
나도 여러 작가들의 글들을 둘러보면서 격려의 인사를 전하곤 했다.
환경이 변하면 그 환경에 적응하느라 분주해지는 것처럼 한동안은 브런치를 들락거리며 바쁘게 살았다.
브런치와의 만남이 어느덧 익숙해졌다.
그와 동시에 브런치를 대하는 나의 태도도 조금은 소원해졌다.
어느 정도의 거리두기가 필요했었다.
나도 나 나름의 일상생활을 이어가야 했으니까 그랬을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나 보다.
내가 알고 있던 여러 작가들의 글들도 띄엄띄엄 올라왔다.
이삼일의 간격이 일주일로 늘어나고 다시 보름이 되고 한 달이 되고 달포를 넘었다.
슬슬 글쓰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날들이 많아진 것이다.
나처럼 뚜렷한 목표가 없어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브런치 글 100편을 모아서 책을 낸다든가 하는 목표가 없다면 계속해서 글을 쓰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당연한 이치이다.
나의 목표는 하루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그 일을 이어가려고 했다.
언젠가 그칠 날이 오겠지만 그때까지는 전진하겠다고 했다.
어쩌면 그런 마음 때문에 버텨왔는지 모른다.
하루 한 편을 써야 한다는 다그침 때문에 책 읽기도 더 치열하게 전개했다.
읽는 것과 쓰는 것은 같이 가는 것이니까.
다음카카오 전산센터에 화재가 발생하던 날 브런치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나의 글쓰기도 하루 쉬었다.
하루를 꼬박 보내고 자정이 넘어서야 글을 올리는 날도 생겼다.
슬슬 게을러지고 그 게으름이 습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는 매일 글쓰기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날이 곧 올 것 같다.
지금은 나 자신과의 글쓰기 약속이 깨질까 봐 조마조마하지만 머지않아 글을 빼먹는 날에 익숙해질 것이다.
언젠가는 나의 글쓰기도 멈출 날이 올 것이 뻔하다.
다만 그때, 내 글쓰기의 자세를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