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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6. 2022

인류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이다


옛날 어느 임금님이 신하들에게 인류 역사에 대해서 자세히 연구를 해 보라고 명령했다.

신하들은 자신들의 지식을 총동원하고 수많은 책을 섭렵해서 드디어 <인류의 역사>라는 책을 한 권 만들어서 왔다.

그 책을 본 임금님은 책이 너무 두꺼워서 언제 다 읽느냐며 좀 줄여서 가져오라고 했다.

신하들은 그 두꺼운 책에서 빼어내도 될 내용들을 빼느라고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 지은 책보다 부피가 훨씬 줄어든 책을 들고 임금님 앞에 섰다.

그런데 임금님은 이번에도 책이 너무 분량이 많다며 더 줄여서 엑기스만 알려달라고 했다.

이렇게 신하들은 <인류의 역사>에 대한 책을 수정해서 가져가면 임금님은 더 줄이라는 명령을 내리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다 더 이상 줄일 수 없다며 신하들이 임금님께 종이 한 장으로 보고를 드렸다.

그 종이에는 ‘고난’이라는 한 단어만 적혀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고난의 역사라는 것이다.




영국의 역사철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고 정의했다.

그 말에도 인류 역사에는 늘 ‘고난’이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고난은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말한다.

고난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삶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일하는 게 힘들다고 한다.

밥을 먹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물을 마시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소파에 드러눕는 게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자세라고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드러눕는 것조차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걸 힘들어하면 어떻게 해?”라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이다.

“그 정도는 견뎌내야지. 힘을 내면 견딜 수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지금 어느 만큼의 힘이 남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견딜 수 있다면, 이겨낼 수 있다면 애초에 고난도 아니었다.




도대체 사람에게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인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그랬더니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 자신의 잘못과 실수 때문에 고난이 생긴다.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고난은 자기가 잘못 처신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둘째,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고난이 생긴다.

애초에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면 고난도 몰랐을 텐데 남들에게 있는 것이 자신에게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 인생이 고통스러워진다.

셋째, 더 나은 것을 얻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고난의 상태에 들어가기도 한다.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나은 실력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이 훈련하는 경우가 그렇다.

넷째, 우리가 알고 있어도 도저히 우리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고난이 있다.

일기예보를 통해 들었지만 나에게 닥친 천재지변을 막을 수 없었을 때와 같은 경우이다.

다섯째,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이 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고난을 피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산속 깊은 곳에 들어가서 도를 닦는다고 하더라도 몸과 마음의 고난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종교적으로 깊은 경지에 이른 사람 중에서 자신은 모든 고통으로부터 벗어났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보면서 과연 그럴까 생각해 본다.

인간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통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고통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자신은 고통을 못 느낀다고 하지만 자신 때문에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 고통을 감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속한 사회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나는 고통이 없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까?

이런저런 질문을 해 보는데 결론은 고난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고난이 있고 고통이 있는 것은 내가 살아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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