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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31. 2022

일장춘몽인 인생사, 그 꿈에서 깼을 때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자기계발서에 쓰인 대로 열심히 살아가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어떤 사람은 열심히 살아도 성공과는 거리가 먼 인생이 되는 경우도 있다.

아니, 열심을 내면 낼수록 더 손해가 커지기도 한다.

옛 어른들의 가르침처럼 충과 효를 다하면 훌륭한 사람이라는 존경과 영광을 얻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어떤 사람은 충과 효를 다했는데도 오히려 팽당하는 경우도 있다.

눈치를 보면서 얄밉게 구는 사람이 오래가고 챙길 것 다 챙기기도 한다.

<삼국지>를 읽을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나는 유비를 응원하고 촉나라가 세상을 제패해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유비의 촉나라는 잠시 성하다가 금세 쇠하고 말았다.

관우와 장비의 허망한 죽음, 유비와 제갈공명의 죽음을 대하자 세상만사가 모두 일장춘몽처럼 여겨졌다.




어차피 한 번 살다 갈 인생이라면 누릴 것 누리고 즐길 것 즐기면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늘 내 마음의 언저리에서 서성거린다.

물론 마음의 중심에는 내 나름대로 세워놓은 이상향이 있다.

선하게, 바르게, 착하게, 의롭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고상한 생각이 내 마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서 온갖 유혹들을 물리쳐 왔다.

하지만 불쑥불쑥 쳐들어오는 유혹들을 언제까지나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언젠가는 마음의 방벽에 구멍이 뚫릴 것 같다.

작은 구멍이지만 그 구멍 때문에 내 마음의 방벽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내 마음의 방벽을 잘 살피면서 구멍 난 곳들을 잘 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꾸준히 관리하면 오랫동안 강한 방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삶이 다하는 날까지 든든한 방벽 안에서 살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인류 최고의 지혜자였다고 하는 솔로몬도 나와 비슷한 유혹을 받았던 것 같다.

그가 쓴 <전도서>라는 책이 있는데 인생의 진리를 전해주는 책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쨌든 이 전도서를 읽다 보면 솔로몬은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고 했다.

착하게 사는 것도 헛되고 의롭게 사는 것도 헛되고 남에게 선을 베풀면서 사는 것도 헛되다는 것이다.

선인은 망하고 악인은 오히려 득세하기도 하는데 선을 행하면서 사는 게 무슨 유익이 있겠느냐고도 한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없는 인생이니까 너무 선하게 살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현재를 즐겁게 즐기면서 사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도 한다.

‘뭐 이런 게 인생의 진리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그런데 지혜가 뛰어난 솔로몬이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이 단순한 말은 아닐 것이다.

말 속에 뼈가 있다고 하는데 그 뼈를 찾아보는 작업도 유익할 것이다.




인생이 억울하다는 사람들은 사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불성실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차지하고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더 오래 사는 것을 보니까 마음이 상한 거다.

그래서 인생이 불공평하다고 한다.

솔로몬은 여기서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삶이 얼마나 길겠는가?

결국 누구나 인생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

그 끝에 이르렀을 때 내 인생을 무엇이라 평가할 것인가?

사기꾼 같은 인생, 악을 일삼은 인생이라는 평가를 받는 게 좋겠는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선을 행하다가 쫄딱 망한 인생을 자랑할 수도 없다.

솔로몬은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져주었다.

내 인생도 반드시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살자는 것이다.

인생사 일장춘몽인데 그 꿈에서 깼을 때를 생각해 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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