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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an 03. 2023

세상 모든 선수는 갈채를 받기에 충분한 존재들이다


월드컵 경기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세안축구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일본 기업인 미쓰비시전기의 후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미쓰비시전기컵대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동남아시아 10개국이 A, B, 두 개조로 나뉘어 약 3주 동안 경기를 치른다.

우리에게는 베트남 축구의 사령관인 박항서 감독과 인도네시아 축구를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 그리고 말레이시아 축구대표팀의 김판곤 감독이 있어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A조에는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브루나이가 편성되어 있고 B조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미얀마가 편성되어 있다.

아시아 축구를 호령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아세안축구선수권 대회 자체가 좀 유치해 보인다.

K리그의 경기보다도 수준이 떨어져 보인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경기장 사정도 형편없다.

화면으로 보더라도 경기장 곳곳이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운동 경기는 그 나라의 경제력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력이 강해야 선수들을 잘 육성하고 유지할 수 있다.

그만큼 리그의 수준도 높아진다.

리그의 수준이 높아지니까 당연히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아세안축구선수권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약한 축구대회라고 할 수 있다.

참가하는 나라들의 경제적인 수준도 낮고 선수들의 기량도 세계적 수준에 비하면 굉장히 낮다.

그래서 아세안축구선수권 대회를 보면 어이없는 상황들도 많이 연출된다.

골키퍼가 결정적인 실수를 하기도 하고 공격수가 골키퍼와 일대일의 기회를 잡았는데 홈런볼을 찰기도 한다.

그래도 국가대표 선수들인데 왜 저렇게 못하느냐고 구시렁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장면들이 나오는 것도 보는 재미를 가중시킨다.

나도 운동 좀 하는 편인데 인조잔디구장에서 한 번 뛰어본 후로는 선수들에 대해서 구시렁거리지 않기로 했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면 축구경기장이 그렇게 크고 넓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 서 보면 이쪽 골대에서 저쪽 골대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게 보인다.

이 끝에서 저 끝까지 한 번 뛰어가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숨이 벅차서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풋살 경기장은 실제 축구경기장의 절반 크기 정도인데 거기서도 숨이 벅차서 제대로 뛰지 못한다.

그러니까 실제로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축구선수들은 굉장한 체력의 소유자들이고 굉장한 실력자들이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메시처럼 발재간이 뛰어나고 손흥민처럼 질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남아시아의 선수들도 굉장한 선수들이다.

그들의 실력을 무시하면 안 된다.

과거에 우리나라도 대통령배 축구대회를 열었었다.

그때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들을 초청해서 경기를 했는데 우리나라가 질 때도 꽤 많았다.




축구 중계를 보면 해설자들이 종종 “공은 둥글다.”는 말을 한다.

공이 둥글기 때문에 어떻게 튈지 모른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는데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같은 강호들을 물리치기도 했다.

아무리 약한 팀과 경기를 하더라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한다.

그들을 응원하는 각 나라의 응원단들도 최선을 다해서 응원을 펼친다.

상대팀들을 이기고 결승에 올라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는 것은 언제나 기적이다.

당연한 결과는 없다.

그 기적이 자신들에게 오기를 바라면서 응원단들도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목청을 돋우며 울고 웃는다.

비록 우리나라에 비하면 현저하게 수준이 떨어지는 경기력을 펼치지만 그들의 경기를 응원한다.

박완서 선생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책을 냈었는데 세상 모든 선수는 갈채를 받기에 충분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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